건물에 넣으려 했던 뛰어난 상상력의 세계
1852년에 태어난 가우디는 시대를 뛰어넘는 감각을 지닌 건축가다. 건축이란 단순히 집이나 건물을 짓는다는 생각에 머물면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사람을 생각하는 가장 근본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이 건축이라면 그 세계는 참으로 넓다. 가우디는 바르셀로나를 색채와 곡선으로 다듬고 인간이 자연을 잊지 못하도록 꿈을 현실로 만들어준 건축가이자 상상가였다. 재미있게도 이 건축가가 생전에는 전혀 호평을 받지 못했다. 고집 세고 제멋대로였다는 혹평에 시달렸다. 지금도 그의 건축을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그가 건물 안에 넣으려고 했던 상상의 이야기들을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여행은 풍족해진다.
가우디의 건축물 중 제일 처음 만나라고 추천하고 싶은 것은 카사 비센스(Casa Vicens)다. 몬태나(Montana)역 근처에 있는 카사 비센스는 그의 초기 작품이다. 건물을 설계하려고 가던 날 건물 터에 자라고 있던 아프리카금잔화와 야자수에서 영감을 받은 가우디는 타일과 외관 주물에 금잔화와 야자수 문양을 넣는다.
후원자 구엘과 만든 독특한 건축물, 구엘공원

분양이 되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직물을 제조하던 구엘 백작의 사업까지 기울어 입구 관리실로 쓰려고 했던 집 두 채와 입구 조형, 파도길, 정원과 벤치, 세 사람의 집만 짓고 나머지는 공터로 남아 지금은 공원이 돼 있다. 후에 구엘의 이름을 붙인 공원은 자연 그대로를 극대화했다. 나무 한 그루, 돌 한 덩어리도 함부로 파내어 버리지 않고 그대로 살렸다고 한다. 인체공학의 묘미를 살린 세상에서 제일 긴 벤치는 가우디의 유머를 보여주는 것 같다.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의 집’을 본떠 만든 입구의 관리실은 마치 동화 속 세계로 빠져들어간 것 같다.

쇼핑의 거리인 그라시아에는 두 건물이 있다. 산을 닮은 카사 밀라(Casa Mila)와 바다를 닮은 카사 바트요(Casa Batllo). 카사 밀라는 맨션형 주택으로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건물이 네모난 도우넛 모양이다. 가운데가 뚫려서 사방으로 조망이 좋고 환기가 잘 되도록 돼 있다. 카사 바트요는 바닷속에 들어온 듯이 물결무늬가 벽을 타고 흐르고 문틀과 창문에는 물방울 타일이 있다.

그는 이 성당의 설계를 맡고 40여년 뒤 전차에 치여 죽기 전까지 성당 건립에 매진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종교를 떠나서 그 규모에 입이 벌어지고 그 정성에 감동이 온다. 후원자를 받지 않고 오로지 사람들의 헌금으로만 짓기로 해 가우디도 자기 생전에 이 성당이 완성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는 다음 사람이 건축을 지휘하도록 전체 형태와 모형을 세세하게 미리 만들어 놓았다. 지하 박물관에는 가우디의 시신이 안치돼 있다. 성당은 지하에 박물관을, 지상에는 웅장한 예배실을 두고 있고 외부를 돌며 조각된 형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신자가 아니어도 1층 예배실 의자에 앉으면 평온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이것 만은 꼭!
가우디를 만나러 가는 여행은 미리 공부를 해서 혼자 가도 좋지만 카탈루냐광장 록카페 앞으로 가서 일일투어를 신청해 가이드와 동행하면 더 깊이 가우디를 이해할 수 있다. 가이드와 함께 하는 여행에는 워킹투어와 버스투어가 있다. 가이드 투어는 하루 만에 가우디 건축물을 모두 돌아봐서 세세하게 보기 힘들다는 단점은 있으나 미리 공부하거나 찾아가는 길을 알아두지 않아도 된다.
구엘 공원은 인터넷으로 예약하는 것이 좋다. 아침 10시부터 문을 열지만 관람 인원을 하루 800명으로 제한하고 일시에 입장하지 못하도록 관람객을 분산하기 때문에 가서 현장에서 표를 끊으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신희지 여행작가 writerhj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