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보는 공공기술] GM·테슬라에 부품 공급…소재정보은행 도움받아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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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출 교두보 된 출연연구기관
보유 기술 24만8247건…기술 동향·빅데이터 등 도움
쎄트렉아이·유니웰 등 혜택
"연구소-기업 만남 더 늘어야"
보유 기술 24만8247건…기술 동향·빅데이터 등 도움
쎄트렉아이·유니웰 등 혜택
"연구소-기업 만남 더 늘어야"
지난 25일 밤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자리 잡은 자동차 부품회사 센트랄 본사 중앙연구소.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연구원들이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마우스와 키보드를 분주히 움직였다. 정수희 주임연구원은 “자동차업계에 경량화 바람이 불면서 알루미늄 부품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며 “한국산 부품의 신뢰성을 인정받으면서 중국과 인도로 넘어간 주문이 되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 제공 1000억원 수출 효과
센트랄이 재료연구소와 손을 잡은 것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센트랄은 미국 자동차 회사 GM에 독자적으로 개발한 첨단 소재인 고강력 알루미늄 서스펜션 부품의 납품을 추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납품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GM 측이 해당 부품이 고온에서 잘 작동하는지, 장시간 사용할 때 내구성을 유지하는지 신뢰성이 확보된 분석 자료를 요구한 것이다. 다행히 재료연구소가 운영하는 금속소재정보은행의 도움을 받았다.
이 소재정보은행은 국내 자동차 회사로부터 해당 신소재의 특성을 파악하는 분석을 의뢰받아 이미 관련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놓은 상태였다.
GM에 첫 부품을 성공적으로 납품하자 닛산과 크라이슬러는 물론 고급차 브랜드인 BMW와 포르쉐로부터 주문이 밀려들었다. 올초에는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와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지금은 이 분야 수출액만 연간 1000억원에 이른다.
출연연구기관과 대학이 보유한 공공기술이 기업과 만나 성과를 낸 사례가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다. 공공연구소가 중소기업을 위한 ‘현장 지원센터’로 진화하고 있다. 위성제작회사인 쎄트렉아이도 벤처기업과 공공연구기관이 만나 해외 수출 성과를 이뤄냈다.
KAIST 인공위성센터 출신들이 세운 이 회사는 지난해 스페인에 해상도 0.75m급 지구관측위성 ‘데이모스 2호’를 수출했다. 지금까지 수출한 위성만 4대, 금액으로 따지면 580억원이다.
연구기관이 보유한 막강한 정보력은 해외 정보에 까막눈인 중소기업에 아주 유용하다.
슈퍼컴·빅데이터 분석 동원
중소기업 지원에는 슈퍼컴퓨터를 비롯해 해외 기술 트렌드를 파악하는 빅데이터 분석기법 같은 다양한 첨단 기술이 동원되기도 한다. 경기 광명시에 있는 멤브레인(여과막) 전문회사 필로스도 최근 경기 안산 시화공단에 새로 공장을 세우고 해외 수출에 시동을 걸었다. KISTI가 제공한 해외 기술 정보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상·하수처리 기능이 뛰어나고 잘 끊어지지 않는 여과막을 개발해 올 하반기 해외 2개국과 수출 계약을 앞두고 있다.
실험실을 나선 공공기술은 대부분 사업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서로 인내심을 가지고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계속해서 귀를 기울이고 노력해야 한다. 울산시 울주군에 있는 유니웰은 지난 4월 한국기계연구원과 공동 개발한 열교환 장치인 히트파이프를 중국 화학기업에 1000만달러(약 108억원)를 받고 수출했다. 기계연이 1986년 이 회사에 처음으로 열교환기 설계 프로그램 기술을 이전한 지 30년 만의 결실이다.
변지형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사업단 변리사는 “대부분 중소기업이 여전히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또 연구소 문을 두드리는 방법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공공연구소와 기업 간 협력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원=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정보 제공 1000억원 수출 효과
센트랄이 재료연구소와 손을 잡은 것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센트랄은 미국 자동차 회사 GM에 독자적으로 개발한 첨단 소재인 고강력 알루미늄 서스펜션 부품의 납품을 추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납품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GM 측이 해당 부품이 고온에서 잘 작동하는지, 장시간 사용할 때 내구성을 유지하는지 신뢰성이 확보된 분석 자료를 요구한 것이다. 다행히 재료연구소가 운영하는 금속소재정보은행의 도움을 받았다.
이 소재정보은행은 국내 자동차 회사로부터 해당 신소재의 특성을 파악하는 분석을 의뢰받아 이미 관련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놓은 상태였다.
GM에 첫 부품을 성공적으로 납품하자 닛산과 크라이슬러는 물론 고급차 브랜드인 BMW와 포르쉐로부터 주문이 밀려들었다. 올초에는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와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지금은 이 분야 수출액만 연간 1000억원에 이른다.
출연연구기관과 대학이 보유한 공공기술이 기업과 만나 성과를 낸 사례가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다. 공공연구소가 중소기업을 위한 ‘현장 지원센터’로 진화하고 있다. 위성제작회사인 쎄트렉아이도 벤처기업과 공공연구기관이 만나 해외 수출 성과를 이뤄냈다.
KAIST 인공위성센터 출신들이 세운 이 회사는 지난해 스페인에 해상도 0.75m급 지구관측위성 ‘데이모스 2호’를 수출했다. 지금까지 수출한 위성만 4대, 금액으로 따지면 580억원이다.
연구기관이 보유한 막강한 정보력은 해외 정보에 까막눈인 중소기업에 아주 유용하다.
슈퍼컴·빅데이터 분석 동원
중소기업 지원에는 슈퍼컴퓨터를 비롯해 해외 기술 트렌드를 파악하는 빅데이터 분석기법 같은 다양한 첨단 기술이 동원되기도 한다. 경기 광명시에 있는 멤브레인(여과막) 전문회사 필로스도 최근 경기 안산 시화공단에 새로 공장을 세우고 해외 수출에 시동을 걸었다. KISTI가 제공한 해외 기술 정보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상·하수처리 기능이 뛰어나고 잘 끊어지지 않는 여과막을 개발해 올 하반기 해외 2개국과 수출 계약을 앞두고 있다.
실험실을 나선 공공기술은 대부분 사업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서로 인내심을 가지고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계속해서 귀를 기울이고 노력해야 한다. 울산시 울주군에 있는 유니웰은 지난 4월 한국기계연구원과 공동 개발한 열교환 장치인 히트파이프를 중국 화학기업에 1000만달러(약 108억원)를 받고 수출했다. 기계연이 1986년 이 회사에 처음으로 열교환기 설계 프로그램 기술을 이전한 지 30년 만의 결실이다.
변지형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사업단 변리사는 “대부분 중소기업이 여전히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또 연구소 문을 두드리는 방법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공공연구소와 기업 간 협력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원=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