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극심 - 이정희(1960~)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반주도 조명도 없는 식당에서
깊게 닫힌 눈으로
노시인이 노래 부른다
막힌 목으로는 더 이상
소리가 나오지 않아
눈으로 귀로 구멍마다 토해낸다
사위어가는 절창이 황홀하다
진부해지기 위해
진부해지지 않기 위해

시집 《바람의 무렵》(문학의전당) 中


도전을 하다 벽에 부딪힐 때 우리는 쉽게 한계를 말합니다. 그러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노래하는 시인의 절창처럼 한계를 넘어서려 자신과 싸우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극한을 넘어서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사르며 도전하는 모습을 그 누가 진부하고 부질없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