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전 186기…터멀리스, 10년 만에 우승 한풀이
“남들은 이럴 때 어떻게 하지.”

31일(한국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프랫빌의 RTJ골프트레일(파72·6955야드) 18번홀. 연장전으로 갈 마지막 퍼팅을 놓친 청야니(대만)가 머리를 감싸 쥔 채 그린 위에 무릎을 꿇자 크리스 터멀리스(35·미국·사진)는 친구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이렇게 물었다. 한 번도 우승해본 적이 없었고, 기대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로 11년차인 그는 17언더파로 일찌감치 경기를 끝낸 뒤 대회 본부석에 들어와 청야니와 오스틴 언스트(미국) 등 1타 차 추격자들의 마지막홀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시드를 유지하는 게 이번 대회 참가 목표였는데 생각지도 않은 우승이 내게 왔다”고 말했다.

무명 터멀리스가 요코하마타이어클래식에서 LPGA 첫 승을 따냈다. 4라운드 최종합계 17언더파. 준우승조차 없었던 10년간의 프로 생활을 묵묵히 버텨온 ‘인내 골프’의 결과다. 이번 대회는 그의 186번째 출전 무대였다.

그는 “화재로 집을 잃은 캐디가 불행한 삶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투어생활을 계속할 용기를 얻었다. 나보다 더 나를 믿어준 캐디에게 감사하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흑인인 그의 캐디 토머스 프랭크의 집은 올해 화재로 모두 타버렸다. 터멀리스는 우승을 확정지은 뒤 남편 제러미 매독스와는 웃으며 가볍게 포옹했지만 프랭크의 축하 미소를 보곤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시즌 3승을 노리던 김세영(22·미래에셋)은 10언더파를 쳐 터멀리스에 7타 뒤진 공동 9위에 자리했다. 김세영은 전날 3라운드가 일몰 중단되기 전까지 7개홀에서 3타를 줄이며 공동 3위에 올라 또 한 번의 ‘역전승’을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공동 4위로 시작한 4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김세영을 47점 차로 뒤쫓던 신인왕 후보 김효주(20·롯데)는 공동 13위(8언더파)에 이름을 올렸다.

김세영보다는 1타 차로 막판까지 터멀리스를 추격한 청야니와 언스트의 역전 가능성이 더 높았다. 하지만 후반 버디 퍼팅 기회를 놓쳐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최만수 기자 bebop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