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수요예측(경쟁입찰 방식의 청약)을 실시할 때 대표주관 증권사가 전체 진행과정을 보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기관투자가들의 극심한 눈치보기로 마감 직전에 신청이 몰리는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다.

31일 복수의 증권사 관계자는 “주요 증권사가 ‘블라인드(깜깜이) 수요예측’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세부적인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며 “시스템 반영을 거쳐 이르면 연내 시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수요예측 제도에서 기관투자가가 회사채 발행물을 사려면 대표주관사(증권사)가 고지한 수요예측 시간대 시스템에 접속, 희망가격(금리)과 물량을 써내야 한다. 이때 대표주관사는 가격과 참여시간, 물량 등 전반적인 사항을 고려해 누구에게 얼마씩 배정할지를 결정한다.

문제는 마감시간이 임박해서야 투자자들의 주문이 몰려드는 현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수요예측 참여 기관이 40여곳에 불과하다 보니 소수의 큰손들이 어느 정도 규모로 참여하는지가 투자 결정에 중요한 잣대로 활용돼온 탓이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IB)본부장은 “투자자들이 대표주관사 등과 사적으로 연락을 취하며 정보를 수소문하고 이를 참고해 들어가려 하다 보니 문제가 많다”며 “독자적인 판단으로 먼저 참여한 기관투자가들이 전략 노출로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여건”이라고 설명했다.

수요예측 시스템 ‘프리본드’를 운영하는 금융투자협회는 현재 시스템 반영에 앞서 업계 내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수요예측 시스템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