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재무상태 얼마나 안좋으면 이렇게까지…'치부' 드러내며 자금조달 나선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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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도 놀란 '투자 위험' 공개
"계열사에 자금 대여" 실토
"부도위기 처했다" 밝히기도
"계열사에 자금 대여" 실토
"부도위기 처했다" 밝히기도
▶마켓인사이트 9월1일 오후 4시30분
경기침체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온갖 치부나 약점이 드러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금융 당국의 요구로 각종 투자위험을 알리는 증권신고서를 발행하면서 그동안 밝히지 않았던 불법 혐의나 회사 경영난 등을 공개하고 있는 것. 예전 같으면 차라리 자금 조달을 포기했을 정도로 공개를 꺼리는 적나라한 내용까지 알리는 추세여서 기업 자금난이 그만큼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회사 A는 다음달 11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앞두고 금감원에 낸 증권신고서에서 과거 계열사와의 일부 거래내역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상법 위반으로 판단된다”고 투자 위험을 알렸다. A사는 2009년 계열사에 2억5000만원을 대여하고 38억원을 담보로 제공했다. 상법 제542조의 9항에서는 상장사 계열사에 대한 자금 대여나 채무보증, 담보제공 등 신용공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A사의 재무제표에서 해당 내용이 위법일 수 있다는 의심이 들어 증권신고서에 적시할 것을 요구했다”며 “이 같은 요구를 받으면 기업이 자금조달을 포기하기 마련인데, A사는 예상외로 증권신고서에 내용을 반영하고 그대로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A사 관계자는 “자금 사정이 많이 어려워 민감한 사항을 공개하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증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영난으로 기업 존속이 어렵거나 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실토하는 기업도 있다. 코스닥 상장사 B는 다음달 90억여원 규모 유상증자를 앞두고 낸 증권신고서에서 “주요 매출처의 수요 감소, 판매단가 인하 압력 등으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이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또 이달 15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C는 “올해 당기순손실이 커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 금융사의 차입금 만기연장 거부와 상환 압박으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자금 조달 결과에 따라 경영권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고백’도 있다. 코스닥 상장사 D는 오는 11월 진행하는 590억여원의 유상증자와 관련한 증권신고서에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유상증자 청약에 일부만 참여하면 2대주주와의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아 최대주주가 바뀌거나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자금 조달에 나서는 기업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사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한 건수는 254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175건)보다 45% 증가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경기침체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온갖 치부나 약점이 드러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금융 당국의 요구로 각종 투자위험을 알리는 증권신고서를 발행하면서 그동안 밝히지 않았던 불법 혐의나 회사 경영난 등을 공개하고 있는 것. 예전 같으면 차라리 자금 조달을 포기했을 정도로 공개를 꺼리는 적나라한 내용까지 알리는 추세여서 기업 자금난이 그만큼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회사 A는 다음달 11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앞두고 금감원에 낸 증권신고서에서 과거 계열사와의 일부 거래내역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상법 위반으로 판단된다”고 투자 위험을 알렸다. A사는 2009년 계열사에 2억5000만원을 대여하고 38억원을 담보로 제공했다. 상법 제542조의 9항에서는 상장사 계열사에 대한 자금 대여나 채무보증, 담보제공 등 신용공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A사의 재무제표에서 해당 내용이 위법일 수 있다는 의심이 들어 증권신고서에 적시할 것을 요구했다”며 “이 같은 요구를 받으면 기업이 자금조달을 포기하기 마련인데, A사는 예상외로 증권신고서에 내용을 반영하고 그대로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A사 관계자는 “자금 사정이 많이 어려워 민감한 사항을 공개하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증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영난으로 기업 존속이 어렵거나 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실토하는 기업도 있다. 코스닥 상장사 B는 다음달 90억여원 규모 유상증자를 앞두고 낸 증권신고서에서 “주요 매출처의 수요 감소, 판매단가 인하 압력 등으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이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또 이달 15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C는 “올해 당기순손실이 커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 금융사의 차입금 만기연장 거부와 상환 압박으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자금 조달 결과에 따라 경영권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고백’도 있다. 코스닥 상장사 D는 오는 11월 진행하는 590억여원의 유상증자와 관련한 증권신고서에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유상증자 청약에 일부만 참여하면 2대주주와의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아 최대주주가 바뀌거나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자금 조달에 나서는 기업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사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한 건수는 254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175건)보다 45% 증가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