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과잉 투자·부채 정상화 없인 中 경제 미래 없다
중국 경제가 추락하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중국 정부가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했음에도 상하이 증시는 8월24일 8.48% 폭락, 지수 3000이 붕괴됐다. 지난 6월12일 상하이종합지수 최고치가 5178이었으니 2개월여 만에 시가총액의 약 40%가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주식은 기업의 현재와 미래 가치를 반영한다. 주식이 오른다는 것은 기업의 미래 전망이 밝다는 뜻이고, 떨어지는 것은 어둡다는 진단이다. 시장 투자자들은 중국 기업, 나아가 중국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본 것이다. 물론 5000이 넘었던 지수가 거품이었고, 정상 수준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진단할 수도 있다.

경기는 주기적으로 순환하는 경향이 있는데, 경기가 하향 국면일 때 주식시장이 일시적으로 공포에 휩싸이는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공포를 느낀 투자자들이 투매하면 주가는 곤두박질친다. 정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주식시장을 안정시키려고 노력한다. 주가 급락은 통상적으로 순환적인 경기변동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패닉 현상이므로 경제 자체에는 별문제가 없다. 중국은 여기에 해당할까.

중국 경제는 초고속 성장을 해왔다. 경제를 뒷받침하는 수요의 핵심 요소는 소비와 투자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소비와 투자가 동시에 늘어나는 균형 성장과는 거리가 먼 길을 달려왔다.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초고속 성장기인 2000~2010년 국내총생산(GDP)에서 개인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7%에 불과했다. 반면 투자 비율은 53%였다. 중국의 성장은 상당 부분 투자에 기인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구조가 지속되면 두 가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뉴스의 맥] 과잉 투자·부채 정상화 없인 中 경제 미래 없다
금융 억압 통해 低利예금 대출

투자가 그토록 많아지려면 정부가 개입하는 수밖에 없다. 우선 금융 억압을 통해 국유은행의 저축계좌에 막대한 자금을 저금리로 모아야 한다.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2002년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2%에 불과했다면 믿겠는가. 사회안전망이 극히 부실한 중국 사회에서 개인은 노후 대비 등을 위해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금융 억압 때문에 다양한 금융상품이 존재하지 않아 시중은행에 저축하는 것이 자구책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이렇게 은행 계좌에 모인 어마어마한 돈은 국가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업에 저리로 대출됐다. 대출이 쉬우니 투자는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이것이 중국 초고속 성장의 비결이다. 하지만 금융산업 낙후라는 반대급부를 안아야 했다. 그렇게 되면 자본가치의 적정 평가가 어려워지면서 ‘자본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곳에만 흘러야 한다’는 원칙이 서서히 무너진다. 자원 배분 왜곡이 발생하는 것이다. 국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돈을 풀어도 금융체계 부실로 적재적소에 자금이 배분되는 것도 힘들어진다. 일반 시민은 사회복지체계 부실과 금융 억압 때문에 저축을 강요당한 셈이므로 소비를 늘릴 수도 없다.

생산 측면에서는 더 심각한 문제가 불거진다. 초기 싼 자본과 저임의 노동력 덕분에 기업은 이윤을 늘릴 수 있었다. 여전히 싼 자본을 활용, 여기저기 투자를 확대하면서 기업은 더욱 팽창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노동력이 서서히 고갈되면 임금은 오르기 마련이다. 그 결과 기업 이윤은 줄어든다. 수확체감의 법칙이다.

부채 급증, 통화량 공급 확대 초래

중국의 공식 기업 통계로는 이를 확인하기 힘들다. 미국의 블룸버그 통계에 따르면 2005년부터 중국의 통화량은 가시적으로 늘어났다. 급기야 2014년 인민은행의 자산은 5조3000억달러를 기록, 경제 규모가 중국보다 두 배 정도 큰 미국 중앙은행의 자산 규모 4조4000억달러를 압도했다.

여기에 과거의 비율로 성장하려면 수확체감의 법칙, 즉 자본의 한계효율 저하 때문에 더 많은 자본을 투자해야 한다는 원리를 대입하면 그림은 선명해진다. 자본의 효율 저하로 더 많은 대출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통화량을 늘렸다는 점을 추론할 수 있다. 실제로 고성장이라는 지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중국 정부는 기업 투자를 더욱 독려했고, 지방정부를 포함한 기업 부채는 계속 늘어났다. 더 심각한 것은 소비가 뒷받침되지 않아 투자의 상당 부분이 과잉으로 남는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부동산 버블, 과잉 인프라시설, 과잉 공장설비 등은 팽창정책의 문제점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중국의 공식 총기업부채 규모는 GDP의 140% 정도다. 매출이 최대 GDP의 약 70%로 추정되는 그림자 금융의 기업대출 규모는 위의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기업 건전성의 지표인 기업의 자본 대비 부채비율 역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GDP의 약 40%로 추정되는 지방정부 채무를 추가하면 중국의 부채는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이다. 과도한 부채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자 투자가 줄면서 경제성장은 둔화됐다. 무언가 대책이 필요했다. 이것이 중국 정부가 주식시장 활용에 눈을 돌린 까닭이다.

작년 11월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의 교차 매매 허용은 의도적인 증시 부양의 신호탄이었다. 올 1월 증권매입 신용규제를 완화했고 주식매매 수수료도 30% 인하했다. 3월에는 각종 기금의 주식 투자도 허용했다. 금리와 지급준비율도 몇 번 인하했다.

중국당국이 노린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기업이 증시에서 자본을 조달하면 부채 경감이 가능하다고 봤다. 증시 투자의 85%를 차지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돈을 벌면 소비도 늘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구조 왜곡 현상을 방치한 채 경제에 대한 좋은 전망을 유도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험난한 구조개혁, 잿빛 미래

전문가들은 중국의 과도한 부채를 위기의 핵심 원인으로 진단한다. 하지만 부채는 구조 왜곡의 외형 증상에 불과하다. 소비와 투자의 불균형을 시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균형 성장을 위해서는 먼저 경제 왜곡의 근원인 고성장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금융 억압을 풀 수 있고, 중국 기업이 독식하던 과실을 국민에게 재배분하면서 소비를 늘릴 수 있다.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수입을 늘리는 것도 소비 촉진의 방법이다. 이게 가능할까. 일본이 과거 20여년 소비 증진을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한 경험은 구조개혁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고성장이 꺾인 후에도 중국 공산당 지배는 온전할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바로 그 점이 공산당이 고성장에 집착하는 이유지만, 중국 경제의 미래는 아무래도 어두운 것 같다.

김기수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