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포인트] 제2 메르스 예방, 소비자부터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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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없이 드나드는 병문안 문화
시장통 같은 응급실·가족간병 관행
감염병 예방, 국민 스스로 나서야
김자혜 <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
시장통 같은 응급실·가족간병 관행
감염병 예방, 국민 스스로 나서야
김자혜 <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
![[이슈 & 포인트] 제2 메르스 예방, 소비자부터 바뀌어야 한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509/AA.10461160.1.jpg)
문병 문화 개선이 시급하다. 국내 병원 입원실은 늘 문병객들로 북적인다. 병원들은 문병객 기준과 면회시간 제한을 두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사람은 없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만성질환을 앓는 노약자들도 별다른 제약 없이 병실을 드나든다. 누가 감염병 위험에 노출됐는지, 노출됐다면 어떤 경로를 거쳤는지 확인할 도리가 없다. 메르스 확산을 초기에 잡지 못하고 한동안 속수무책으로 보고만 있어야 했던 까닭이다. 메르스 이후 조금씩 바뀌고 있다지만, 입원실은 여전히 문병객들로 북적이고 있고 병원들도 손을 놓고 있다.
이제는 국민 스스로 나서 개선해야 한다. 면회시간을 지키고 음식물 반입도 자제해야 한다. 문병객은 환자를 만나기 전후에 반드시 손을 씻도록 해야 한다. 환자들이 문병객과 함께 병원을 벗어나 돌아다니는 것도 막아야 한다. 병원을 드나드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철저히 관리해 비상시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응급실 문화 역시 서둘러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그동안 국내 병원 응급실은 과연 응급실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었는가. 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맞는 곳이 응급실이지만 병실이 모자라 입원을 기다리는 환자가 거쳐 가는 곳으로 이용됐던 게 사실이다. 응급실도 환자와 담당 의료진에 보호자와 문병객까지 뒤엉켜 시장통처럼 혼잡했다. 감염병이 확산되기에 딱 좋은 환경이었다. 제대로 된 응급의료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응급환자만 응급실에서 처치받을 수 있도록 하고, 불필요하게 오래 머무르는 것도 막아야 한다.
의료 소비자들의 현명한 행동도 중요하다.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는 병에도 일단 대형병원 응급실부터 찾고 보는 식의 의료소비 행태는 바뀌어야 한다. 보호자들은 응급실 출입을 제한하는 병원의 지시에 적극 따라야 한다. 그래야 내가, 내 가족이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제대로 된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우려되는 감염병 재발 방지를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각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병원은 문병 수칙과 소독 등의 매뉴얼을 정비하고, 출입 인원 관리와 시설 및 감염관리 인력에 대한 투자를 늘려 병원 내 감염으로부터 환자를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환자에 대한 기본적인 보호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어떤 감염병이 언제 어디에서 나타나더라도 이를 즉시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365일 24시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감염병이 발생한 현장으로 달려가 발생 원인과 경로를 파악하고, 즉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방역당국의 역량도 키워야 한다.
국민 스스로 실천해야 할 과제도 많다. 한국 특유의 병문안 문화 등 의료 이용 전반에 대한 의식을 개선해야 한다. 응급실 입원 관행을 바로잡고, 병문안 수칙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소는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김자혜 <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