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이번까지 여섯 차례나 된다. 어떤 우방국 정상보다 많이 만났다. 특히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식 참석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쉽지 않게 성사된 정상회담이다. 두 정상이 회담 후 따로 오찬 회동까지 할 예정이어서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도 회담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북핵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지극히 당연한 의제 설정이다. 북핵을 포함한 대북(對北)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이 지대하다는 것은 우리 정부와 미국 일본은 물론, 당사자인 중국까지 모두 인정하는 바다. 더구나 중국의 대북 스탠스가 여전히 모호한 상황이다. 최근 북의 지뢰도발, 포격도발에 대한 대응도 그랬다. 중국은 뒤늦게, 그것도 북을 직접 지칭하지 않고 “그 어떤 긴장 조성 행위에도 반대한다”는 식으로 거리를 둔 성명을 냈다. 중국이 남북접촉 성사에 ‘건설적인 역할’을 했다는 소리가 나오지만, 무슨 역할을 어디까지 했다는 것인지 오리무중이다. 중국은 언제까지 북을 마냥 감싸고 들어서는 안 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북핵문제는 물론 통일로 가는 상황까지 대비하는 높은 수준의 합의 내지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얼마 전 통일한국의 국경선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어느 날 아침 북에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중국은 북의 급변사태에서부터 통일로 가는 과정까지 어떻게 협조할 것인지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가 중국경사론, 미국의 불편한 시선, 중국 열병식에 대한 비판 등을 감수하면서 결정한 정상회담이다. 중국은 그에 합당한 성의를 보여야 한다.

물론 우리 외교라인도 총력을 쏟아야 한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정상회담 개최 배경으로 북에 대한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번 회담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와야 다음달 예정된 한·미 및 한·중·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대북문제에서 진전을 일궈낼 수 있다. 중국은 이제 구체적인 대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