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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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케이블카는 한자말로 ‘가공삭도(架空索道)’다. 공중에 매단 밧줄을 뜻하는데 좀 낯설다. 줄여서 ‘삭도’여서 국내 케이블카 업체들 단체가 한국삭도협회다. 케이블카는 ‘공중에 건너지른 강철밧줄에 운반기를 매달아 사람이나 짐을 나르는 교통수단’이다. 곤돌라(소형 케이블카)나 스키장 리프트도 이에 포함된다.
하지만 영어 ‘cable car’는 흔히 보는 케이블카와는 차이가 있다. 1870년대 언덕이 많은 샌프란시스코에 설치된 강철로프로 견인하는 교통수단을 가리킨다. 공중에 매달려 가는 케이블카는 ‘rope way’로 구분한다.
오늘날 케이블카의 천국은 단연 스위스다. 스위스는 산지면적이 강원도보다 작지만 약 2500개의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다. 그 덕에 3000m대 알프스 고봉들을 노약자 장애인 어린이도 누구나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스위스를 해마다 수백만명이 찾는 산악관광의 메카로 만든 효자가 케이블카인 셈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호주 블루마운틴은 끝없이 펼쳐진 유칼립투스 숲, 기암절벽, 폭포 등을 갖춘 ‘호주의 보물’이다. 한데 이곳은 케이블카 없이는 접근조차 어렵다. 재미슨협곡의 270m 상공에 매달려가는 ‘스카이웨이’를 타고 감상하는 열대우림이 일품이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열린 캐나다 휘슬러리조트에는 새 명물이 된 곤돌라 ‘피크투피크(Peak 2 peak)’가 있다. 이름처럼 2000m가 넘는 휘슬러산과 블랙콤산의 두 정상 사이 4.4㎞를 잇는 가장 높은 고도의 케이블카다. 눈부신 설원과 고공의 아찔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는 역시 뭐든 큰 것을 좋아하는 중국에 있다.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됐던 장자제(張家界)의 케이블카는 장장 7455m에 이른다. 그것도 장자제 도심에서 톈먼산(天門山)의 1280m 높이까지 이어진다. 공산국가여서 관광에도 평등을 이룬 것인가.
최근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승인해 케이블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가슴 떨리는 설악산 장관을 다리 떨리는 노약자들도 만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환경 대(對) 개발’의 이분법적 논란 속에 ‘천성산 도롱뇽’과 같은 소모적 갈등도 우려된다.
세계 각국이 자연 보호와 관광객 유치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골몰하고 있다. 그 수단이 바로 케이블카다. 인간의 발자국보다 오히려 환경 파괴를 줄일 수 있다. 일본에도 29개 국립공원에 40여개 케이블카가 있다. 개발만능주의 못지 않게 나쁜 것이 대안 없는 환경원리주의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하지만 영어 ‘cable car’는 흔히 보는 케이블카와는 차이가 있다. 1870년대 언덕이 많은 샌프란시스코에 설치된 강철로프로 견인하는 교통수단을 가리킨다. 공중에 매달려 가는 케이블카는 ‘rope way’로 구분한다.
오늘날 케이블카의 천국은 단연 스위스다. 스위스는 산지면적이 강원도보다 작지만 약 2500개의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다. 그 덕에 3000m대 알프스 고봉들을 노약자 장애인 어린이도 누구나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스위스를 해마다 수백만명이 찾는 산악관광의 메카로 만든 효자가 케이블카인 셈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호주 블루마운틴은 끝없이 펼쳐진 유칼립투스 숲, 기암절벽, 폭포 등을 갖춘 ‘호주의 보물’이다. 한데 이곳은 케이블카 없이는 접근조차 어렵다. 재미슨협곡의 270m 상공에 매달려가는 ‘스카이웨이’를 타고 감상하는 열대우림이 일품이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열린 캐나다 휘슬러리조트에는 새 명물이 된 곤돌라 ‘피크투피크(Peak 2 peak)’가 있다. 이름처럼 2000m가 넘는 휘슬러산과 블랙콤산의 두 정상 사이 4.4㎞를 잇는 가장 높은 고도의 케이블카다. 눈부신 설원과 고공의 아찔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는 역시 뭐든 큰 것을 좋아하는 중국에 있다.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됐던 장자제(張家界)의 케이블카는 장장 7455m에 이른다. 그것도 장자제 도심에서 톈먼산(天門山)의 1280m 높이까지 이어진다. 공산국가여서 관광에도 평등을 이룬 것인가.
최근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승인해 케이블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가슴 떨리는 설악산 장관을 다리 떨리는 노약자들도 만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환경 대(對) 개발’의 이분법적 논란 속에 ‘천성산 도롱뇽’과 같은 소모적 갈등도 우려된다.
세계 각국이 자연 보호와 관광객 유치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골몰하고 있다. 그 수단이 바로 케이블카다. 인간의 발자국보다 오히려 환경 파괴를 줄일 수 있다. 일본에도 29개 국립공원에 40여개 케이블카가 있다. 개발만능주의 못지 않게 나쁜 것이 대안 없는 환경원리주의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