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협상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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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노조에 선물 다 주고 뭘 협상하라는 건가"
한국노총 "우리도 답답하다…양보는 죽는 길"
전문가 "대통령이 야당 설득…해고요건 법제화 해야"
한국노총 "우리도 답답하다…양보는 죽는 길"
전문가 "대통령이 야당 설득…해고요건 법제화 해야"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노·사·정 협상이 1년 넘게 공회전하면서 애초부터 타협이 불가능한 협상으로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년연장,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 등 노조가 챙길 수 있는 ‘선물’을 다 줘놓고 나중에 임금피크제, 저성과자 해고 등에서 양보하라는 협상이 타결될 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노동시장 개혁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관련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4개월여의 공백을 깨고 최근 대화를 재개했다. 그러나 얻을 건 다 얻은 노동계의 ‘결단’에만 매달리는 협상은 타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경영계의 시각이다. 2013년 대법원 판결로 통상임금이 늘어났고, 국회에서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해준 상황에서 노조가 손해 보는 양보를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한 진실’의 한 단면이 지난 3월 말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노출됐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경영계가 더 양보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무슨 협상이 되겠느냐”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려 하자 그의 팔을 붙든 건 김동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었다. 김 위원장은 “협상의 판을 깨고 나가는 건 노조나 하는 일이지, 경총이 그러면 안 된다”며 박 회장을 만류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 벌어졌다.
노동계도 답답함을 털어놓는다. 공식적으로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과 저성과자 해고를 위한 근로계약 해지 기준 및 절차 명확화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뒤돌아선 정부의 미숙한 협상력을 문제로 지적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朴대통령, 영국 대처처럼 개혁 못할 이유 있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고위관계자는 “이 정부에는 협상을 할 만한 ‘선수’가 한 명도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이나 실업급여 확대 등 협상장에서 노동계가 요구할 카드를 마치 자기들이 생색내기 식으로 마구 꺼내드니 한국노총도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4월 협상 결렬의 가장 큰 이유로 정부의 협상전략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개별 기업의 임금협상에서도 노사 모두 5%를 올릴 생각이라면 노조는 6%, 회사는 4%를 첫 카드로 내놓는 건 협상의 기본 중 기본”이라며 “그러나 노·사·정 협상에선 부총리나 장관 할 것 없이 조급한 마음에 마지막 카드를 너무 일찍 보여줬다”고 말했다.
노동개혁 협상은 임금피크제와 일반해고 기준에 매여 1년째 답보상태다. 노동개혁의 궁극적 목표인 임금체계 개편은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개혁 완수를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박 대통령은 1일 국무회의에서도 “노동개혁은 노사의 고통분담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과제”라며 노동개혁의 절박함을 호소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가장 중요한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한다면 왜 직접 나서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건도 나쁘지 않다. 대북관계에서 원칙을 지킴으로써 최근 50%에 육박한 지지율은 개혁의 추진동력이 될 수 있다.
1980년대 초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가 당시 강성노조였던 광산노조를 굴복시키고 노동개혁을 성공시킨 것도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침공에 강경 대처함으로써 반등한 지지율이 큰 힘이 됐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 전문가는 “대통령이 자신의 입만 바라보는 장관들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노동계 대표도 만나고 야당을 직접 설득해 정부 지침 수준이 아닌 노동개혁 법제화에 나서야 한다”며 “박 대통령이 ‘한국의 대처’가 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정년연장,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 등 노조가 챙길 수 있는 ‘선물’을 다 줘놓고 나중에 임금피크제, 저성과자 해고 등에서 양보하라는 협상이 타결될 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노동시장 개혁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관련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4개월여의 공백을 깨고 최근 대화를 재개했다. 그러나 얻을 건 다 얻은 노동계의 ‘결단’에만 매달리는 협상은 타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경영계의 시각이다. 2013년 대법원 판결로 통상임금이 늘어났고, 국회에서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해준 상황에서 노조가 손해 보는 양보를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한 진실’의 한 단면이 지난 3월 말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노출됐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경영계가 더 양보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무슨 협상이 되겠느냐”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려 하자 그의 팔을 붙든 건 김동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었다. 김 위원장은 “협상의 판을 깨고 나가는 건 노조나 하는 일이지, 경총이 그러면 안 된다”며 박 회장을 만류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 벌어졌다.
노동계도 답답함을 털어놓는다. 공식적으로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과 저성과자 해고를 위한 근로계약 해지 기준 및 절차 명확화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뒤돌아선 정부의 미숙한 협상력을 문제로 지적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朴대통령, 영국 대처처럼 개혁 못할 이유 있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고위관계자는 “이 정부에는 협상을 할 만한 ‘선수’가 한 명도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이나 실업급여 확대 등 협상장에서 노동계가 요구할 카드를 마치 자기들이 생색내기 식으로 마구 꺼내드니 한국노총도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4월 협상 결렬의 가장 큰 이유로 정부의 협상전략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개별 기업의 임금협상에서도 노사 모두 5%를 올릴 생각이라면 노조는 6%, 회사는 4%를 첫 카드로 내놓는 건 협상의 기본 중 기본”이라며 “그러나 노·사·정 협상에선 부총리나 장관 할 것 없이 조급한 마음에 마지막 카드를 너무 일찍 보여줬다”고 말했다.
노동개혁 협상은 임금피크제와 일반해고 기준에 매여 1년째 답보상태다. 노동개혁의 궁극적 목표인 임금체계 개편은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개혁 완수를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박 대통령은 1일 국무회의에서도 “노동개혁은 노사의 고통분담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과제”라며 노동개혁의 절박함을 호소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가장 중요한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한다면 왜 직접 나서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건도 나쁘지 않다. 대북관계에서 원칙을 지킴으로써 최근 50%에 육박한 지지율은 개혁의 추진동력이 될 수 있다.
1980년대 초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가 당시 강성노조였던 광산노조를 굴복시키고 노동개혁을 성공시킨 것도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침공에 강경 대처함으로써 반등한 지지율이 큰 힘이 됐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 전문가는 “대통령이 자신의 입만 바라보는 장관들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노동계 대표도 만나고 야당을 직접 설득해 정부 지침 수준이 아닌 노동개혁 법제화에 나서야 한다”며 “박 대통령이 ‘한국의 대처’가 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