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1일 오후 2시44분

[마켓인사이트] 호텔롯데 IPO에 초대받지 못한 신한금투
내년 기업공개(IPO) 최대어인 호텔롯데 상장주관사 선정작업에 신한금융투자가 ‘초대’받지 못한 것을 두고 증권가에서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오랜 기간 롯데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신한금융투자가 호텔롯데 상장에 주요 역할을 맡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호텔롯데는 지난달 19일 상장주관사 선정을 위해 해외 7곳, 국내 6곳 등 총 13곳의 증권사에 입찰제안서(RFP)를 뿌렸다. 국내 증권사 중 RFP를 받은 곳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DB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하나대투증권 삼성증권이다. RFP는 일종의 초대장이다.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이 상장주관사를 선정하기에 앞서 입찰에 들어올 수 있는 증권사를 1차로 추려낸 것이다.

증권가는 당초 신한금융투자가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신한은 처음부터 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 측 관계자는 “RFP를 받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으나 허사였다”고 말했다.

롯데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은 전통적으로 끈끈한 관계를 이어왔다. 신한은행은 롯데그룹의 주거래은행으로 장기간 대출을 도맡아왔다. 신한금융투자는 롯데제과 롯데하이마트 롯데건설 등 계열사가 회사채를 발행할 때 대표주관을 맡아왔고 올초 롯데그룹이 KT렌탈을 인수할 때도 1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담당했다.

롯데와 신한은 일본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닮은 점이 있어 양측의 최고경영진도 정기적인 만남을 이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올 들어 롯데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의 관계가 다소 불편해졌다는 얘기가 금융권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롯데의 일부 베트남사업에 신한은행이 1억달러의 대출을 해주지 않아 롯데 실무자들이 섭섭해하고 있다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는 차입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곳이고 신한은행은 위험 관리에 철저하기로 유명한 곳인데 양쪽 모두 기존 원칙을 고수하다가 일부 대출건이 무산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신한을 배제한 데 대해 롯데 측은 “호텔롯데 상장주관사 선정작업은 과거 실적(리그테이블)을 기준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원칙적 수준의 해명을 내놓았다.

호텔롯데의 공모규모는 4조5000억~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상장주관 수수료를 공모액의 1%만 받아도 수수료는 45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