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마켓에게 길을 묻다①]조용준 하나證 리서치센터장 "중국 6%대 성장? 인정하면 '리스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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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주식시장, 변덕스러운 Mr.마켓에게 길을 묻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리얼타임 증권전문 미디어 [한경닷컴 증권금융팀] 기자들이 한국증시의 대표적 마켓리더를 인터뷰해 지금의 위기를 진단하고, 향후 해법과 대응책을 모색하는 기사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중국 성장 둔화.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더이상 '리스크'가 아닙니다. 전세계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중국의 6%대 성장이 왜 리스크입니까."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50·사진)은 지난 8월 혼돈의 증시를 되돌아보며 중국발(發) 악재의 정체를 면밀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여름 시장을 공포에 떨게 했던 중국발 악재의 실체는 생각보다 위협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중국발 증시 충격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에서 [한경닷컴] 기자와 만난 조 센터장은 특유의 여유와 차분함을 잃지 않은 모습이었다. 증권업계 '중국통'으로 알려진 그는 오히려 평소보다 더 침착하게 중국 경제와 증시를 주시하고 있었다.
◆'中 성장 둔화' 리스크 해소는 시간 문제
조 센터장과 중국의 인연은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세계공장'으로 성장을 시작하던 시기였다. 당시 자동차업종 담당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였던 그는 현대차의 북경법인 설립을 계기로 중국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후 중국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이어오던 그는 2006년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당시 업계 최초로 중국 전문팀을 만들기도 했다. 현재 하나금융투자에서 중국주식팀과 리서치센터를 이끌고 있으며, 여의도 중국통 모임으로 알려진 금융투자협회 중국자본시장연구회에서 리서치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가 오랫동안 지켜본 중국은 부동산·그림자금융·국가신용이라는 세 가지 리스크를 안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가격 거품과 그림자금융 팽창은 고질적 위험요인으로 지적돼 왔으며, 최근에는 지방정부·기업·회사채의 크레딧 리스크가 국가 신용 리스크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글로벌 증시를 강타한 중국발 악재는 이들 세 가지 리스크 중 어느 하나가 터진 게 아니었다. 시장은 '중국 성장 둔화'라는 경기 리스크에 주목하며 공포에 떨었다.
"그동안 시장에서 언급돼온 중국 리스크는 주로 부동산과 그림자금융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중국 경기 문제에 쏠려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 2분기에 끝날 것으로 기대했던 중국 경기 하강사이클이 계속 이어질 것라는 전망과 함께 경기 경착륙 우려가 번지고 있는 것이죠."
조 센터장은 여기서 중국 경기 리스크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과연 중국의 6%대 성장이 리스크로 받아들여야 하는냐'는 것이었다. 그는 '현재 중국에 과거와 같은 성장을 바라는 건 시장의 과도한 기대'라고 스스로 질문에 답했다.
"리스크, 즉 위험요인이란 건 받아들일 수 없는 무엇이 현실이 되는 걸 우려할 때 나타납니다. 최근 전세계 수요가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중국이 예전처럼 7~8%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생각하는 건 욕심입니다. 중국 경기의 경착륙 여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과거 대비 성장률이 둔화되는 건 시장이 받아들어야 할 현상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 성장 둔화는 더이상 리스크가 아닐 것입니다."
중국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지나친 우려나 경계는 없었다. 그동안 급등한 것에 비하면 최근 중국 증시의 낙폭이 과도하지 않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특히 중국 증시와 국내 증시를 절대적으로 연결시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증시 하락을 중국 영향으로만 봐선 안됩니다. 중국 증시는 그동안 과도했던 상승분을 반납하는 과정인데, 올 상반기 상하이종합지수가 급등할 때 코스피지수의 상승폭은 제한적이었죠. 두 나라 증시 간 연관성이 높다고 보기는 힙듭니다. 이번 국내 증시 하락은 오히려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전세계적으로 자금이 회수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조정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증시의 영향력은 제한적인 반면 중국 실물 경제의 파급력은 크다는 지적이다.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라는 점에서 실물 경제의 영향력이 증시까지 전달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번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국내 증시에 특히 큰 타격을 준 건 국내 수출 기업들의 취약한 상황이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봤다.
◆연말까지 박스권 장세…"중국이 투자하는 기업 주목"
조 센터장은 국내 증시가 한 차례 고비를 넘겼으나 연말까지는 박스권 장세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당분간 각국에서 내놓는 정책에 따라 증시의 등락이 좌우되는 정책 장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책장세에서는 향후 어떤 정책이 언제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시장 전망 자체가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금리 인상관련 신호가 나올 때마다 흐름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통화정책과 관련된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보는 게 시장 전망에 유효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로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9월에서 12월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조 센터장이 생각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올 연말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과거 약세이던 엔화·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는 반면 원화는 약세로 가는 방향이다. 이에 따라 원·엔 환율이 점진적으로 상승세로 가닥을 잡을 경우 내년 상반기부터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회복되고 국내 증시도 본격적으로 반등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그는 내년 국내 증시가 건강한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국내 기업의 실적이 뒷받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대외 불확실성 해소로 외국인 수급이 나아질 경우 단기적으로 증시는 반등하겠지만, 수급만으로 그 이상의 의미있는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지금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건 환율입니다. 원화가 올 하반기 점진적으로 약세에 들어서면 그동안 엔화 약세에 밀려 피해를 봤던 국내 수출업체들의 경쟁력도 회복될 것으로 봅니다. 엔화에 이어 위안화도 약세로 가는 흐름을 감안하면 원화 약세도 속도의 문제이지 방향성은 결정됐다고 봅니다."
대외 변수들이 남은 상황에서 당분간 개별 종목별로 접근해 옥석 가리기에 나설 것을 추천했다. 그가 밝힌 투자 힌트는 '중국의 투자를 받는 기업'을 주목하라는 것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공급은 넘치는 반면 수요는 정체된 상황입니다. 특히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석유 화학 철강업종은 중국 내에서도 공급 과잉이 일어나고 있는데 국내 업체가 경쟁 우위를 점하기 쉽지 않죠. 반면 중국 내 수요가 많은 업종들은 투자 매력이 높습니다. 최근 중국이 투자를 하고 있는 국내 회사들을 눈여겨 보세요. 인터넷·미디어·콘텐츠 화장품 업종이 중국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끝으로 그는 국내 증시에 대한 희망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시장에 번진 공포감만 놓고 보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악재의 실체만 보면 상황이 더 나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과거에는 전혀 생각지 못한 리스크가 터진 반면 현재의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기준 금리 인상은 충분히 예상하고 대비해오던 악재라는 것.
"같은 맥락에서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아시아 외환 위기 역시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태국 등 신흥국 모두 1990년대 대비 외환보유고를 10~20배는 더 늘려놓은 상태입니다. 지금 나오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한 번쯤 경험했거나 예상 가능했던 것들입니다. 증시 상황이 녹록지 않은 건 맞지만 실물 위기로 이어질 만큼 최악의 상황은 아닙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중국 성장 둔화.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더이상 '리스크'가 아닙니다. 전세계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중국의 6%대 성장이 왜 리스크입니까."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50·사진)은 지난 8월 혼돈의 증시를 되돌아보며 중국발(發) 악재의 정체를 면밀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여름 시장을 공포에 떨게 했던 중국발 악재의 실체는 생각보다 위협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중국발 증시 충격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에서 [한경닷컴] 기자와 만난 조 센터장은 특유의 여유와 차분함을 잃지 않은 모습이었다. 증권업계 '중국통'으로 알려진 그는 오히려 평소보다 더 침착하게 중국 경제와 증시를 주시하고 있었다.
◆'中 성장 둔화' 리스크 해소는 시간 문제
조 센터장과 중국의 인연은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세계공장'으로 성장을 시작하던 시기였다. 당시 자동차업종 담당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였던 그는 현대차의 북경법인 설립을 계기로 중국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후 중국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이어오던 그는 2006년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당시 업계 최초로 중국 전문팀을 만들기도 했다. 현재 하나금융투자에서 중국주식팀과 리서치센터를 이끌고 있으며, 여의도 중국통 모임으로 알려진 금융투자협회 중국자본시장연구회에서 리서치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가 오랫동안 지켜본 중국은 부동산·그림자금융·국가신용이라는 세 가지 리스크를 안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가격 거품과 그림자금융 팽창은 고질적 위험요인으로 지적돼 왔으며, 최근에는 지방정부·기업·회사채의 크레딧 리스크가 국가 신용 리스크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글로벌 증시를 강타한 중국발 악재는 이들 세 가지 리스크 중 어느 하나가 터진 게 아니었다. 시장은 '중국 성장 둔화'라는 경기 리스크에 주목하며 공포에 떨었다.
"그동안 시장에서 언급돼온 중국 리스크는 주로 부동산과 그림자금융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중국 경기 문제에 쏠려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 2분기에 끝날 것으로 기대했던 중국 경기 하강사이클이 계속 이어질 것라는 전망과 함께 경기 경착륙 우려가 번지고 있는 것이죠."
조 센터장은 여기서 중국 경기 리스크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과연 중국의 6%대 성장이 리스크로 받아들여야 하는냐'는 것이었다. 그는 '현재 중국에 과거와 같은 성장을 바라는 건 시장의 과도한 기대'라고 스스로 질문에 답했다.
"리스크, 즉 위험요인이란 건 받아들일 수 없는 무엇이 현실이 되는 걸 우려할 때 나타납니다. 최근 전세계 수요가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중국이 예전처럼 7~8%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생각하는 건 욕심입니다. 중국 경기의 경착륙 여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과거 대비 성장률이 둔화되는 건 시장이 받아들어야 할 현상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 성장 둔화는 더이상 리스크가 아닐 것입니다."
중국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지나친 우려나 경계는 없었다. 그동안 급등한 것에 비하면 최근 중국 증시의 낙폭이 과도하지 않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특히 중국 증시와 국내 증시를 절대적으로 연결시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증시 하락을 중국 영향으로만 봐선 안됩니다. 중국 증시는 그동안 과도했던 상승분을 반납하는 과정인데, 올 상반기 상하이종합지수가 급등할 때 코스피지수의 상승폭은 제한적이었죠. 두 나라 증시 간 연관성이 높다고 보기는 힙듭니다. 이번 국내 증시 하락은 오히려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전세계적으로 자금이 회수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조정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증시의 영향력은 제한적인 반면 중국 실물 경제의 파급력은 크다는 지적이다.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라는 점에서 실물 경제의 영향력이 증시까지 전달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번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국내 증시에 특히 큰 타격을 준 건 국내 수출 기업들의 취약한 상황이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봤다.
◆연말까지 박스권 장세…"중국이 투자하는 기업 주목"
조 센터장은 국내 증시가 한 차례 고비를 넘겼으나 연말까지는 박스권 장세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당분간 각국에서 내놓는 정책에 따라 증시의 등락이 좌우되는 정책 장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책장세에서는 향후 어떤 정책이 언제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시장 전망 자체가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금리 인상관련 신호가 나올 때마다 흐름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통화정책과 관련된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보는 게 시장 전망에 유효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로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9월에서 12월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조 센터장이 생각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올 연말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과거 약세이던 엔화·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는 반면 원화는 약세로 가는 방향이다. 이에 따라 원·엔 환율이 점진적으로 상승세로 가닥을 잡을 경우 내년 상반기부터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회복되고 국내 증시도 본격적으로 반등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그는 내년 국내 증시가 건강한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국내 기업의 실적이 뒷받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대외 불확실성 해소로 외국인 수급이 나아질 경우 단기적으로 증시는 반등하겠지만, 수급만으로 그 이상의 의미있는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지금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건 환율입니다. 원화가 올 하반기 점진적으로 약세에 들어서면 그동안 엔화 약세에 밀려 피해를 봤던 국내 수출업체들의 경쟁력도 회복될 것으로 봅니다. 엔화에 이어 위안화도 약세로 가는 흐름을 감안하면 원화 약세도 속도의 문제이지 방향성은 결정됐다고 봅니다."
대외 변수들이 남은 상황에서 당분간 개별 종목별로 접근해 옥석 가리기에 나설 것을 추천했다. 그가 밝힌 투자 힌트는 '중국의 투자를 받는 기업'을 주목하라는 것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공급은 넘치는 반면 수요는 정체된 상황입니다. 특히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석유 화학 철강업종은 중국 내에서도 공급 과잉이 일어나고 있는데 국내 업체가 경쟁 우위를 점하기 쉽지 않죠. 반면 중국 내 수요가 많은 업종들은 투자 매력이 높습니다. 최근 중국이 투자를 하고 있는 국내 회사들을 눈여겨 보세요. 인터넷·미디어·콘텐츠 화장품 업종이 중국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끝으로 그는 국내 증시에 대한 희망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시장에 번진 공포감만 놓고 보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악재의 실체만 보면 상황이 더 나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과거에는 전혀 생각지 못한 리스크가 터진 반면 현재의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기준 금리 인상은 충분히 예상하고 대비해오던 악재라는 것.
"같은 맥락에서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아시아 외환 위기 역시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태국 등 신흥국 모두 1990년대 대비 외환보유고를 10~20배는 더 늘려놓은 상태입니다. 지금 나오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한 번쯤 경험했거나 예상 가능했던 것들입니다. 증시 상황이 녹록지 않은 건 맞지만 실물 위기로 이어질 만큼 최악의 상황은 아닙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