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구·이수창·장남식 민간 CEO 출신 금융협회장들 1년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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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보다 낫다" 평가-현안 대응력은 '검증 중'
'관피아 낙하산 논란' 이후 CEO 출신 연이어 취임
수십년 현장 경험 토대로 전문성 소통 능력 발휘
'관피아 낙하산 논란' 이후 CEO 출신 연이어 취임
수십년 현장 경험 토대로 전문성 소통 능력 발휘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이 1일 취임 1년을 맞는다.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사장을 지낸 장 회장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불거진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으로 퇴직 관료가 금융협회장을 맡아온 관행에 제동이 걸리면서 민간 출신 최고경영자(CEO)로는 12년 만에 손보협회장에 취임했다. 장 회장에 이어 지난해 12월엔 전국은행연합회장에 하영구 전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이, 생명보험협회장에 이수창 전 삼성생명 사장이 연달아 선임됐다.
이처럼 민간 CEO 출신이 주요 금융협회장 자리를 동시에 맡은 전례가 없어 정치권 및 정부에 업계 요구와 목소리를 전하는 데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짧게는 취임 9개월, 길게는 1년을 맞는 이들 협회장에 대해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물론 회원사와 협회 내부에서 “관료 출신들 보다 잘하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관료 출신들이 주요 금융협회장 자리를 꿰찬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정부·정치권 네트워킹 능력에서 강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장관이나 차관보다 행정고시 기수가 더 높은 과거 협회장들은 때론 장·차관을 통해, 때론 국·과장에게 직접 현안 해결을 압박하기도 했다. 실무자들로선 큰 부담이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민간 출신 협회장들은 ‘무조건 해달라’는 식으로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소통이 더 잘된다”고 말했다. 또 “수십년간 현장에서 체득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추고 있어 각종 규제 개혁에 대한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온다”고 설명했다.
국회관련 업무도 더 유연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펼친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국회의원들과 특별한 친분이 없어도 일단 가서 부닥쳐 보는 적극성이 큰 강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예로 이 회장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주도하는 ‘퓨처라이프 포럼’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장 회장이 작년말 국회의원 보좌관들과 식사 자리를 마련한 것도 과거엔 없었던 일이다.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한 보좌관은 “업계 이익을 넘어 전체 보험가입자들을 위해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가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장 회장은 또 교통사고와 보험사기를 줄이는데 경찰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판단, 지난 3~5월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을 직접 방문해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민간 출신인 만큼 회원사와의 소통에서도 새로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하 회장은 취임 후 은행연합회 이사회 회의를 국회, 금융당국 등과 소통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잇따라 이사회 직후 열리는 만찬에 초청돼 은행장들과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눴다. 한 은행장은 “과거엔 일방적으로 얘기를 듣기만 했는데, 요즘은 협회가 주도적으로 정부와 국회 인사들을 초청해 주니 훨씬 대화가 잘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취임 초기 25개 회원사 사옥을 직접 방문해 CEO들과 면담을 가진 것도 전례 없는 일이었다. 그는 회원사와 더 밀접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생보협회 실무 팀장·부서장 18명을 지난 1~5월 잇따라 회원사에 보내 각각 2주간 함께 일하도록 했다.
이런 강점들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민간 출신 금융협회장에 대해 “관료 출신들에 비해 큰 현안을 풀어내는 힘은 다소 떨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한다.하지만 다른 강점들로 약점을 충분히 상쇄하고 있다는 게 협회 소속 금융사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이러저런 장단점이 있겠지만 해당 업계에 대한 이해가 깊고, 디테일에 강하며 부지런하다는 장점이 큰 만큼 민간 출신이 금융협회장을 맡는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6대 금융협회 가운데 금융투자협회장(회장 황영기)은 대부분 민간 출신이 맡아왔다. 조달청장을 지낸 최규연(행시24회) 저축은행중앙회장과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출신인 김근수(행시 23회) 여신금융업협회장은 세월호 참사 이전에 취임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이처럼 민간 CEO 출신이 주요 금융협회장 자리를 동시에 맡은 전례가 없어 정치권 및 정부에 업계 요구와 목소리를 전하는 데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짧게는 취임 9개월, 길게는 1년을 맞는 이들 협회장에 대해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물론 회원사와 협회 내부에서 “관료 출신들 보다 잘하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관료 출신들이 주요 금융협회장 자리를 꿰찬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정부·정치권 네트워킹 능력에서 강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장관이나 차관보다 행정고시 기수가 더 높은 과거 협회장들은 때론 장·차관을 통해, 때론 국·과장에게 직접 현안 해결을 압박하기도 했다. 실무자들로선 큰 부담이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민간 출신 협회장들은 ‘무조건 해달라’는 식으로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소통이 더 잘된다”고 말했다. 또 “수십년간 현장에서 체득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추고 있어 각종 규제 개혁에 대한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온다”고 설명했다.
국회관련 업무도 더 유연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펼친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국회의원들과 특별한 친분이 없어도 일단 가서 부닥쳐 보는 적극성이 큰 강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예로 이 회장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주도하는 ‘퓨처라이프 포럼’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장 회장이 작년말 국회의원 보좌관들과 식사 자리를 마련한 것도 과거엔 없었던 일이다.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한 보좌관은 “업계 이익을 넘어 전체 보험가입자들을 위해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가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장 회장은 또 교통사고와 보험사기를 줄이는데 경찰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판단, 지난 3~5월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을 직접 방문해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민간 출신인 만큼 회원사와의 소통에서도 새로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하 회장은 취임 후 은행연합회 이사회 회의를 국회, 금융당국 등과 소통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잇따라 이사회 직후 열리는 만찬에 초청돼 은행장들과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눴다. 한 은행장은 “과거엔 일방적으로 얘기를 듣기만 했는데, 요즘은 협회가 주도적으로 정부와 국회 인사들을 초청해 주니 훨씬 대화가 잘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취임 초기 25개 회원사 사옥을 직접 방문해 CEO들과 면담을 가진 것도 전례 없는 일이었다. 그는 회원사와 더 밀접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생보협회 실무 팀장·부서장 18명을 지난 1~5월 잇따라 회원사에 보내 각각 2주간 함께 일하도록 했다.
이런 강점들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민간 출신 금융협회장에 대해 “관료 출신들에 비해 큰 현안을 풀어내는 힘은 다소 떨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한다.하지만 다른 강점들로 약점을 충분히 상쇄하고 있다는 게 협회 소속 금융사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이러저런 장단점이 있겠지만 해당 업계에 대한 이해가 깊고, 디테일에 강하며 부지런하다는 장점이 큰 만큼 민간 출신이 금융협회장을 맡는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6대 금융협회 가운데 금융투자협회장(회장 황영기)은 대부분 민간 출신이 맡아왔다. 조달청장을 지낸 최규연(행시24회) 저축은행중앙회장과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출신인 김근수(행시 23회) 여신금융업협회장은 세월호 참사 이전에 취임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