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청년 지성 만이 국가운명 바꾼다
‘헬(hell)조선’이란 말이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한국은 아무리 노력해도 취업도 미래도 없는 지옥 같은 땅이라는 뜻이다. ‘백성’들은 1% 기득권의 노예가 되고, 미래에는 반드시 망할 나라라고 한다. 이들의 인터넷사이트, 페이스북 등에는 ‘망한민국’ ‘불지옥반도’ 같은 조어(造語)들이 공유되고 있다.

‘헬조선 현상’은 오늘날 암울해진 젊은 세대의 심사(心思)를 반영하지만, 동시에 한국 사회에서 도진 또 하나의 국가·역사 부정의 병증(病症)도 보여준다. 각박한 사회적 현상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어디에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독 한국에서는 사소한 사건도 극적으로 과장·증폭돼 일대 사회적 발작증세로 번지는 일이 빈번하다. 과거 광우병·세월호 사태에서 보듯 여기에도 향후 얼마나 많은 세력이 달려들어 일대 재난으로의 확산을 획책할지 알 수 없다. 우리 청년들이 이런 선동에 쉽게 넘어가면 이야말로 ‘가짜가 진짜 지옥을 불러오는 사태’가 되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이 급격한 내리막길을 가고 있음은 이미 인정된 사실이다. 이 나라가 차후 지옥이 된다 해도 탈출할 수 있는 국민은 극소수이고 대다수는 나라 안에서 인고(忍苦)의 시대를 견디고 생존해야 한다. 미래 한국은 미래 세대들이 살아갈 나라다. 지성(知性)을 가진 청년들이라면 지금 헬조선을 외치며 자포자기하기보다 미래에 대한 선택에 심각하게 고민할 때임을 알 것이다. 이성적 집단은 언제나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고, 그렇게 해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 나라의 미래는 그 청년집단의 지적·이성적 수준에 달려 있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청년집단지성은 낙제점밖에 받을 게 없다. 이들은 과거 여중생 장갑차 사고, 광우병 폭동, 세월호 침몰 등의 사태 때마다 선동에 크게 흔들렸고 감정적인 선택을 해왔다. 청년 대다수는 침묵하거나, 사건을 확대시키려는 편에 섰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20~30대의 66%가 우리 역사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의 지지를 받은 후보에게 투표했다. 이 세력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분단 고착과 친일파를 득세시킨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로, 그 역사를 기득권을 살찌우고 정의를 패배시킨 과정으로만 규정한다. 이런 부정적 국가관·역사관은 오늘날 헬조선의 관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1990년대 좌파적 역사관이 창궐한 이래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하락하고 기업 침체, 국민의 출산 기피, 국회의원들의 망국적 포퓰리즘 정치가 동시에 만연했는데 이는 우연의 일치만은 아닐 것이다. 국민이 국가와 역사에 욕을 해대는 나라에 무슨 경사가 있겠는가.

일부 세력의 무상복지 전면 확대, 공무원연금개혁 방해, 서비스산업발전법 차단 같은 행위는 모두 미래 세대에 방대한 재정적 부담을 떠넘기고 고용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이들 세력은 이를 통해 서민의 표, 공무원과 노조의 표, 각종 이익집단의 표를 노릴 수 있다. 거대한 피해자인 청년들은 언제나 충성스런 이들 세력의 표밭이었으니 이탈 걱정이 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결국 한국 청년세대의 집단지성이 눈먼 장님이 됨으로써 한국 정치도 발전할 기회를 잃게 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사건 이후는 달랐다. 북한의 전쟁 위협이 극에 달하자 우리 20대의 79%가 참전할 의사를 밝혔다. 청년들이 보여준 강력한 국토 수호의 자세는 국민의 단합과 일관된 국가 정책을 이끌어냈고, 북측은 도발할 의지를 잃었을 것이다. 이는 청년들의 힘이 올바르게 발휘될 때 얼마나 위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1주일여 전보다 훨씬 안전하고, 남북관계도 원활하고, 증권시장도 살아나는 사회가 됐으며, 이는 분명히 미래를 밝게 할 것이다. 결국 미래 지옥으로 들어가는 것도, 탈출하는 것도 청년세대만이 담당할 역할인 것이다.

김영봉 <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kimyb5492@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