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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부 교부세 압박에 지자체, 주민세 줄줄이 인상’이라는 제목의 본지 기사가 나간 직후인 지난 1일 행정자치부 관계자들로부터 잇달아 전화가 걸려왔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세를 인상한 건 행자부 압박 때문이 아니라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자발적으로 인상한 것”이라는 게 행자부의 해명이었다. 행자부는 “주민세 인상과 행자부의 교부세 정책은 연관이 없다”고 부인했다.

과연 그럴까. 지역 주민이 1년에 한 번 내야 하는 가구별 기준 세금인 주민세를 인상하려면 지자체가 조례를 개정해야 하는 건 맞다. 각 지자체는 조례에 근거해 ‘연 1만원 이하’에서 자율적으로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행자부는 지난해 지방세법을 개정해 올해 주민세를 ‘1만원 이상 2만원 이하’로 올릴 계획이었으나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의 반발로 무산됐다. 결국 행자부는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1만원까지 올리도록 교부세 카드를 꺼냈다.

행자부 지방재정세제실은 지난 1월 말 주민세 1만원을 기준으로 그보다 덜 걷는 지자체에 주는 교부세 페널티 비율을 현행보다 더 올리겠다고 밝혔다. 행자부 관계자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주민세 인상을 위해 교부세 카드를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행자부의 이날 해명은 지난 1년간 행자부가 추진한 정책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다. 행자부 간부들도 ‘그렇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자칫 정부가 증세를 하는 모양새로 비칠까 봐 여권 수뇌부가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며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주민세 인상과 관련해 본지를 비롯한 언론 보도가 잇달아 나간 뒤 여권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주민세 인상을 위해 교부세 카드를 활용하는 행자부 방침에 논란이 적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가 그동안 추진한 주요 정책 방향에 대해 국회의원 선거가 7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고 말을 180도 바꾸는 건 정부 부처의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