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면세점사업 출사표…롯데·SK 아성에 '도전장'
두산그룹(회장 박용만·사진)이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 출사표를 던졌다. (주)두산은 면세점 사업 진출을 위해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 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연말에 특허가 만료되는 서울(3곳)과 부산(1곳)의 면세점 운영권을 얻기 위해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지난해 치킨 패스트푸드업체 KFC와 두산동아 매각을 끝으로 소비재 유통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던 두산그룹이 다시 소비재사업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외국인 700만명이 타깃

(주)두산은 동대문 지역 쇼핑 명소인 두산타워(두타)에 면세점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16년간 운영해온 두타 쇼핑몰은 유지한 채 다른 층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두산은 두타에 면세점이 들어서면 동대문 지역 관광과 상권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산 측은 “동대문 지역은 관광 쇼핑 교통 인프라와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 선호도 등을 고려할 때 면세점 입지로서 최적”이라며 “두타의 수익성 개선 방안 등을 고려해 면세점사업 진출을 오랜 기간 검토했다”고 밝혔다. 두타를 포함한 동대문 쇼핑몰에는 매년 450여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을 포함해 700여만명의 외국인이 찾아오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일본 도쿄는 시부야 롯폰기 신주쿠 등 차별화한 3~4개 관광 허브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비슷한 규모로 형성돼 있는 반면 우리는 서울 명동에 한정돼 있다”며 “동대문 지역의 관광 인프라 도약을 위해 면세점 입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산이 면세점을 유치하려는 서울 동대문 쇼핑몰 두산타워 전경. 한경DB
두산이 면세점을 유치하려는 서울 동대문 쇼핑몰 두산타워 전경. 한경DB
○소비재·유통업으로 회귀할까

두산그룹은 1896년 설립된 대한민국 최초의 근대 상점인 ‘박승직 상점’이 모태다. 1950년대 초 맥주사업과 무역업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1960년대 건설 식음료 기계, 1970~1980년대 유통 생활 문화 기술 소재 부문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성장했다.

창업 100주년을 맞은 1996년에는 소비재 위주의 사업 구조를 수출 중심의 중공업으로 재편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이후 두산은 오비맥주를 포함해 주요 계열사와 자산을 매각하고 23개 계열사를 (주)두산, 두산건설, 두산포장, 오리콤 등 4개사로 통합했다. 두산그룹은 발전·담수사업이 주력인 두산중공업(전 한국중공업), 고려산업개발, 두산인프라코어(전 대우종합기계) 등을 인수하면서 중공업 중심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5월 치킨 패스트푸드업체 KFC를 유럽계 사모펀드인 시티벤처캐피털(CVC)에, 출판 회사인 두산동아를 예스24에 매각하면서 소비재사업과는 완전히 결별했다.

재계는 2010년 이후 세계 경기 침체 여파로 두산그룹의 주요 사업인 건설·조선·중공업·기계 부문 모두 극심한 업황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면세점 진출 배경으로 보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주요 계열사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최근 두산건설과 두산엔진 등에 대해 외부기관 재무컨설팅을 의뢰했다. 두산그룹 측은 그러나 “면세점 진출은 (주)두산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면서 “추가로 소비재사업에 진출하거나 그룹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가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두산, 면세점사업 출사표…롯데·SK 아성에 '도전장'
○또 불붙는 대기업 간 면세점 전쟁

두산까지 가세하면서 지난 7월에 이어 가을에도 대기업 간 ‘면세점 유치 전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올해 말 특허 기간이 만료되는 곳은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서울 워커힐면세점(11월16일)과 호텔롯데가 운영하는 롯데면세점 서울 소공점(12월22일)·롯데월드점(12월31일), 부산 신세계면세점(12월15일) 등 모두 네 곳이다.

과거에는 10년 단위로 면세사업권이 자동 갱신됐지만 2013년 관세법이 개정되면서 5년 단위의 공개입찰로 변경됐다. 기존 사업자들도 신규 사업자들과의 입찰 경쟁에서 승리해야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 소공점과 잠실 롯데월드점 대형 매장 두 곳을 지켜야 하는 롯데면세점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두 곳의 연매출은 소공점 약 2조원, 잠실 롯데월드점 약 6000억원 등 모두 2조6000억원에 이른다. 관세청은 오는 25일까지 신규 특허 희망 기업의 신청을 받아 11월 중 특허심사위원회를 열고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 등 기존 사업자와 공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두산 외에도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이 입찰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보라/강영연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