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동시장 개혁해야 청년 일자리 는다
정년 60세 연장과 노동개혁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정년연장에 따라 사업장별로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돼 있으나 노·사·정 대화에는 진전이 없다.

수출 현장을 보면 노동개혁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진다. 올 들어 수출은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수출이 부진해지는 것은 ‘제조업의 위기’라고 할 정도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데도 그 원인이 있다. 그러나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적 역량을 결집해야 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날로 거세지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제의 체질개선 및 구조 개혁이 시급한데도 모두가 뒷짐을 지고 있는 모습이다.

수출기업들은 ‘넛크래커(nut-cracker) 현상’에 더해 최근에는 일본 제품에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중국 제품에는 기술경쟁력에서 밀리는 ‘신(新)넛크래커 현상’에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26조원의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원가절감을 위해 부품가격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경직된 노동시장으로 인해 생산성에 비해 높은 임금이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국내 자동차업계는 더욱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판이다.

최근 상상을 초월하는 기술혁신의 속도로 볼 때 기업이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젊은 인재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어야 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제조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은 30여년 만에 ‘10% 룰’로 대표되는 인사시스템을 수술한다고 한다. 젊은 인재를 구글이나 애플 등에 빼앗기지 않고 보다 역동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우리가 노동개혁 논의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때 경쟁국 기업은 젊은 인재들을 앞세워 사물인터넷(IoT), 드론, 3D 프린팅 등으로 상징되는 기술혁신으로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 것이다.

청년실업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청년실업의 장기화로 인한 노동시장의 이력현상(履歷現象)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업의 장기화로 한번 훼손된 노동력은 복원하기 힘들며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크게 떨어뜨린다. 청년일자리 증가가 절실한 또 다른 이유다.

독일은 2002년에 지금의 한국과 비슷한 높은 실업률과 경제 침체를 겪었으며, 당시 슈뢰더 총리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하르츠개혁’을 단행했다. 당시 사민당·녹색당 연정 정부에서 노동조합의 힘이 중요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회생을 위해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노동개혁을 추진한 것이다. 비록 슈뢰더 정부는 개혁 추진과정에서 정권을 잃었지만, 노동개혁으로 인해 2005년 11.3%였던 실업률이 2013년 5.3%까지 떨어지는 등 독일경제 부흥의 발판이 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의 노동개혁을 성공으로 이끈 동력은 자국 경제가 살아나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과 슈뢰더 총리의 리더십이었다.

여씨춘추에 나오는 ‘갈택이어(竭澤而漁)’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어 물고기를 잡으면 잡지 못할 리 없지만, 훗날에는 잡을 물고기가 없게 될 것이고, 산의 나무를 모두 불태워서 짐승들을 잡으면 잡지 못할 리 없지만 뒷날에는 잡을 짐승이 없을 것’이란 말이다. 먼 장래를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해 결국 큰 손해를 초래하는 상황을 경계하는 말이다.

노동시장 개혁 논의가 제대로 된 결실을 보고 우리 경제를 살려내기 위해서는 노동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기업, 노조 모두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해 현재와 미래를 다 잃어버리는 갈택이어의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김정관 <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