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취임 후 여섯 번째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취임 후 여섯 번째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동시통역으로 이뤄졌다. 짧은 시간에 보다 많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정상회담은 당초 예정시간(20분)보다 14분 늘어난 34분간 진행됐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순차 통역이 아닌 동시통역으로 정상회담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만큼 두 정상 간에 논의할 내용이 많았으며 깊이 있는 대화가 오고 갔다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전언이다. 박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총리와의 면담도 40분간 동시통역으로 진행됐다.

○“중국 건설적 역할에 감사”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최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도발 사태를 언급하면서 “이번 한반도의 긴장 상황을 해소하는 데 중국이 우리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준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양국 간 전략적 협력과 한반도의 통일이 역내 평화를 달성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강조한 박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북·중 관계가 소원해졌음에도 여전히 북한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비롯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남북 관계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만큼 중국이 핵심 당사국으로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한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말했다.
한·중 정상 "한반도 비핵화 목표 견지…6자회담 조속한 재개 필요"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종전의 표현 대신에 ‘북핵’이라는 단정적인 용어를 써가며 북한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두 정상의 입장 표명은 기존 다섯 번의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내용의 연장선에 그쳤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확고히 견지한다”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선에서 머물렀다. 다만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들이 충실히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북한의 핵 관련 활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란 협상 주목…6자회담 조속 재개”

외교 소식통들은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북한의 대표(최용해 당비서)가 베이징에 와 있는 시점에서 시 주석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한 것 자체가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올 들어 비핵화 협상에 대해 “때는 이미 늦었다” “비핵화는 더 이상 협상의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며 사실상 비핵화 협상을 거부해왔다는 점에서다.

두 정상은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단합된 노력으로 이란 핵협상이 타결된 것을 주목하면서 ‘의미 있는’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는 대화를 위한 대화가 돼서는 안 되며,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그동안 일관되게 제시한 ‘6자회담의 전제조건’을 북한이 수용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우리뿐 아니라 중국과도 핵문제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6자회담이 조만간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양국 정상은 북한의 추가도발 우려에 대해 경고했다. 북한은 오는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전후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추가 핵실험을 할 가능성 있는 것으로 전망되는데 양국 정상은 이와 관련,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한반도 통일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분단 70주년을 맞아 조속히 평화통일을 하는 것이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시 주석은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을 지지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베이징=장진모 기자/전예진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