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를 이끌고 있는 공동창업자 및 경연진들. 한 가운데 레이쥔 회장(가운데)이 빨간 티셔츠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샤오미 공식 홈페이지
샤오미를 이끌고 있는 공동창업자 및 경연진들. 한 가운데 레이쥔 회장(가운데)이 빨간 티셔츠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샤오미 공식 홈페이지
[ 김민성 기자 ] 대륙의 실수. 처음에는 그랬다. '중국=짝퉁=저가'인줄 알았다. 그런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참 좋았다. "중국 치고는 너무 잘 만들었어. 게다가 가격도 싸. 실수 제대로 했다"는 식이었다. 헌데 모든 제품이 그랬다. 실수는 이젠 실력이고, 우연은 필연이었다.

샤오미 이야기다. 올 2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에 이어 4위, 중국에서는 이들을 다 제치고 1위로 뛰어올랐다. 올해 판매 목표치만 사상 첫 1억대다.

이 뿐인가. 샤오미표 전자제품은 국내 열풍이다. 공동구매와 쇼핑몰 기획전이 한창이다. 한국 상륙 소식도 불붙었다. 분당에 비공식 매장을 연다는 소식부터 G마켓 등 국내 대표 쇼핑몰 정식 입점까지 설왕설래다.

인기 제품은 20개가 넘는다. 스마트폰 미 시리즈부터 가장 잘 팔린다는 보조 배터리, 체중계, 혈압측정기, 손목밴드, 멀티탭, 공기청정기, 액션캠, 이어폰, 헤드폰, 전등, 선풍기, 셀카봉. 정수기, 에어컨, TV까지. 죄다 샤오미로 발을 들이게하는 촉수들이다. 하나 팔 때마다 돈 더 벌자고 외칠만한 신생기업인데 가격은 타사제품 대비 3분의 1에 불과하다.

◆ '샤오미월드' 좁쌀의 힘
"항상 대단하고 새로운 무언가가 나타날 것이라 믿는다"는 철학을 밝히고 있는 샤오미 홈페이지 회사 소개 문구. 출처=샤오미 공식 홈페이지
샤오미는 한문으로 소미(小米), 좁쌀이다. 왜 하필 대륙의 기상과 어울리지 않는 좁쌀일까.

공동창업자 및 회장인 레이쥔은 2010년 4월 창업 당시 직원들과 좁쌀죽을 먹으며 미래를 설계했다고 한다. 좁쌀은 작지만 모이면 밥이 되고, 결국 세상을 바꿀거라고 생각했을터다.

이제 다섯살. 2011년 8월 첫 핸드폰을 출시한 이래 샤오미의 기업가치는 500억 달러(약 6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200조원과 비교해도 3분의 1수준으로 성장했다. 단 5년만에 말이다.

아직 비상장회사라 실적은 외부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스마트폰만은 대충 짐작해 볼 수 있다. 중국 화웨이의 올 상반기 휴대폰 사업 매출이 72억3000만달러. 화웨이의 2분기 글로벌 출하량이 3위(점유율 7.6%)이고, 샤오미가 4위(5.9%)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 매출은 6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다른 전자 제품 다 합치면 상반기 80억달러 규모 매출은 냈을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를 무슨 회사로 규정해야할까. IT기업, 가전회사, 소프트웨어사 등 뭐 하나에 가둘 수 없다. 일상 전자제품을 모두 샤오미 식으로 재해석하고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기존 하드웨어의 성능과 디자인을 더욱 차별화하고, 통합 소프트웨어로 끊김없는(seamless) 서비스를 제공해 통합 관제센터 아래로 묶는 사물인터넷화(IoT). 더 쉽게 말하면 '샤오미 월드'를 건설 중이다.

◆ 대륙의 '비즈니스 모델'
국내에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샤오미의 보조 배터리팩. 사진=샤오미 공식 홈페이지
국내에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샤오미의 보조 배터리팩. 사진=샤오미 공식 홈페이지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기회가 될 때마다 "샤오미의 임무는 중국 제품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각을 바꿔놓는 것"이라며 "하드웨어로 돈을 벌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현재 균형(status quo)을 지키려는 전통의 삼성전자는 시장 내 수비수다. 반면 샤오미는 공격적 파괴자다. 영업비용이 많이 드는 삼성 같은 기업을 끈질기게 괴롭힌다. 그 원동력은 13억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 내수 시장. 박리다매로 안방과 신흥국을 바닥부터 파고든다.

가장 싼 멀티탭과 보조배터리가 최전방 미끼 상품이다. 싼 맛에 사봤다가 가성비에 놀라 다른 샤오미 제품에 흥미를 갖도록 유도한다. 상대적으로 조금 더 고가인 체중계, 액션캠을 구매하게 되고, 이어 조금 더 비싼 TV나 에어컨 등 가전 제품도 산다. 일상에서 가장 가까운 전자제품들은 점점 샤오미로 대체된다. 생태계와 서비스 속으로 사람들을 빨아당기는 것이 지상 과제다.

내부 직원은 최소만 두고, 마케팅비가 적게 드는 온라인에서 '완판 마케팅'을 진행한다. 공급 물량은 수요보다 항상 적다. 경쟁해서 갖고 싶도록 만든다. 지난달 출시된 '홍미노트2' 초도물량 80만대가 반나절만에 품절되며 중국 스마트폰 판매 신기록을 세운 건 우연이 아니다.

이들은 운영비가 엄청나게 드는 공장 제조시설도 없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다. 세상 모든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제조 인프라가 안방에 있다. 아웃소싱하면 된다. 그 물건들을 샤오미식으로 재해석하고, 운영체제(OS) 생태계 아래로 묶어, 개개인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샤오미는 키우고 있다. 개인화 허브인 스마트폰을 그래서 헐값에 뿌린다. "우리의 스마트홈 전략은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레이쥔 회장은 수차례 강조했다.

◆ 샤오미가 던진 묵직한 화두



샤오미는 이제 중국의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회사다. 중국 젊은이들이 애플 못잖게 샤오미 행보에 열광하는 이유는 저가 때문만이 아니다. 애플의 고급스런 디자인 및 브랜드 마케팅, 아마존의 박리다매, 그리고 구글의 IoT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는 재간둥이여서다.

레이쥔 회장은 원래 스티브 잡스 키드였다. 대변혁의 타이밍을 찾아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익히 알고 있었다. 레이쥔은 "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는 말을 좋아한다고 한다. 중국의 폭발적 IT 수요 증가와 국가적 인터넷 중흥 정책과 기막히게 만났다. 좁쌀 태풍은 돼지뿐만 아니라 대륙까지 날게 만들 기세다.

이윤을 안남겨도 거대 중국 시장을 바탕으로 오래 생존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이 무섭다. 기존 주류 기업을 무너뜨릴 기회와 상황은 얼마든지 올 것이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불확실성의 블랙홀로 빠져들고 있다. 국내 대표 산업군의 침체 국면도 눈에 띈다. 거대한 위기, 이른바 '퍼팩트스톰'이 글로벌 경제에 몰아닥친다면 생존력이 약한 기업과 국가는 줄도산을 피할 수 없다.

그 파괴적 광풍이 몰아친다면 삼성, LG 등 한국 기업이 승리할까 아니면 샤오미가 같은 중국 기업이 살아남을까. 샤오미가 던지는 묵직한 화두인듯 싶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