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버 메이트 지음 / 류경희 옮김 / 김영사 / 518쪽 / 1만8000원
어린시절 양부모에게 학대받은 메리는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는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그는 오직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배려했을 뿐 자신의 감정을 배려할 겨를이 없었다. 피부 경화증은 그의 그런 의무감을 몸이 거부한 결과였다.
내과전문의인 게이버 메이트는 《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에서 “자기 희생적인 대처방식을 성인이 돼서도 바꾸지 않으면 몸이 이를 거부해 스스로를 공격한다”며 “감정의 억압이 질병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감정을 억압하면 스트레스가 높아지면서 질병에 맞서 싸우는 신체의 방어체계가 무력화된다. 억압이란 감정을 의식에서 분리해 무의식의 영역으로 내쫓는 일인데, 이때 면역체계도 통제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악성 종양(암)에 걸린 많은 사람이 심리적·신체적 고통이나 분노, 거부감 같은 감정에 무의식적으로 부정하는 태도를 나타냈다”고 지적한다. 난치병에 걸린 천재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프레, 야구선수 루 게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등의 삶의 궤적을 살펴보며 감정의 고통이 신체 질환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