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등수 매기는 청와대…부처들, 피말리는 '홍보 전쟁'
관가가 때아닌 ‘홍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각 부처 공보관들은 장·차관 기고문이나 인터뷰 등을 언론에 최대한 많이 노출시키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청와대가 각 부처의 홍보 실적을 비교하면서 군기를 잡고 있어서다.

박근혜 정부는 올 들어 정책홍보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박 대통령이 “정책을 만드는 데 10%의 힘을 기울였다면 나머지 90%의 힘은 그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홍보와 점검에 쏟아주기 바란다”며 정책홍보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월 국가정책을 홍보하는 차관보급 직제를 신설하고 홍보협력관 세 명을 충원하는 등 국민소통실을 확대 개편했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는 문체부 차관 주재로 대변인 회의를 열고 각 부처의 정책홍보 계획을 점검한다. 매달 기관장 홍보활동 실적을 평가해 순위를 매겨 부처에 통보하는 일까지 도맡고 있다.

이 같은 적극적인 홍보 관리는 청와대에서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사안이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이 직접 챙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안 비서관은 한 달에 한 번가량 금요일 대변인 회의에 참석한다.

최근 정책홍보 평가에선 여성가족부 금융위원회 등이 상위권으로 평가됐지만 하위권에 머문 일부 부처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부처는 장·차관뿐 아니라 관련 정책 홍보를 위해 교수나 전문가 등 오피니언리더까지 동원하고 있다.

각 부처는 특히 평가가 임박한 월말에는 손쉽게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장·차관 기고문을 언론사에 싣기 위해 경쟁적으로 뛰고 있다. 유력 언론사에 기고문이 실릴 경우 가점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몇몇 유력 신문사에는 여러 부처 장·차관들의 기고가 한꺼번에 쇄도하기도 한다. 일부 부처는 기고문 작성에 ‘글발’이 좋은 사무관들을 동원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국무조정실은 올해부터 42개 중앙 부처 정부업무평가에서 정책홍보 배점도 대폭 높였다. 지난해까지 최대 5%에 불과하던 정책홍보 점수 비중은 20%까지 확대됐다. 정책홍보 부문은 △방송·신문 보도성과(23점) △온라인 홍보활동(20점) △국정홍보과제 홍보결과(15점) △장관 등 기관장 홍보활동(12점) △부처 간 홍보협업 실적(13점) 등의 기준으로 평가된다.

정부 한 관계자는 “할 일을 제대로 하면 자연스럽게 좋게 평가받을 텐데 지나치게 홍보에 나서 일종의 여론 조작으로 비쳐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세종=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