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에서 비무장지대(DMZ) 도발 사태 등을 언급한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번 중국 전승절 전후로 북·중관계가 소원한 반면, 한·중관계가 가까워진 것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3일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에서 “남조선 집권자(박 대통령)가 예민한 시기에 관계 개선의 판을 깰 수 있는 언동을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남북 간 8·25 합의를 언급하면서 “어렵게 마련된 합의가 이행돼 관계 개선의 길이 열리는가 아니면 또다시 정세가 악화돼 극단으로 치닫는 것은 남조선(한국 측)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시 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DMZ 도발 사태는 언제라도 긴장이 고조될 수 있는 한반도의 안보 현실을 보여줬다”고 말한 바 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북한 핵문제를 논의하는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며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태도로 봐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DMZ 도발로 시작된 남북 군사 대치 국면과 중국 전승절을 앞두고 전통적 혈맹인 북·중관계는 악화됐다. 이번 중국 전승절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중국으로부터 예우를 받았다. 하지만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대신 최용해 노동당 비서를 보내 중국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