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간섭할 것인가. 무엇이든 법의 허울만 쓰면 개인의 결정사항이라도 무한정 침해할 수 있단 말인가. 최근 들어 이게 과연 자유민주국가인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하는 입법 사례가 잇따른다. 대표적인 것이 소위 ‘불효자방지법’ 논의다.

사회구조가 변하고 가족 제도가 바뀌면서 효의 개념도 달라졌고 표현 방식 또한 변한 건 사실이다. 농경기반의 전통적 기준으로만 보면 널린 것이 불효다. 안타까운 현상이다. 하지만 부모자식의 관계가 변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효와 불효에 대한 판단에까지 법이 개입하고 강요·처벌하겠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새로 법을 만들지 않더라도 부모를 학대하거나 비정상적으로 대우하면 처벌받는다. 민법 556조에는 자식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나 형법상 범죄를 저지를 때 부모가 재산증여를 취소할 수 있게 돼 있다. 불효자방지법은 여기에 더해 ‘학대와 그 밖의 부당한 대우’까지 포함한다는 것이다. 법으로 효행을 강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학대의 기준이 무엇이며 ‘그 밖의 부당한 대우’에는 또 어떤 행위들이 포함된다는 것인가. 효·불효부터가 주관적·상대적인 것이다. 하물며 명확한 기준조차 없는 ‘부당한 대우’라는 금지조항까지 들어갔다. 법으로 강제하면 불효가 근절된다고 보는 것인가. 이런 법에 법무부가 나섰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법안을 발의하면서 가세했다.

유언과 상관없이 재산의 50%를 생존 배우자에게 우선 배정하라는 민법 개정 소동도 그랬다. 노부모 부양 기피를 막는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 역시 국가가 아니라 재산을 모은 개인이 판단할 일이다. 어떤 권력도 인생의 마지막 숙고의 결과인 상속에 관여하고 특정한 배분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 교육부가 2018년부터 어려운 수학문제는 내지 못하게 한 것도 사적 자치의 침해라는 면에서 다를 바 없다. 학력을 하향평준화하는 것도 조롱거리라 하겠지만 그와 별도로 국가에서 시험의 수준까지 간섭하는 게 더 큰 문제다. 국가는 시민의 교사도 어버이도 아니다. 법과 도덕은 엄연히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