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3일 오전 6시54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해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의 신용등급이 합병 전 제일모직과 같은 ‘AA+’로 평가됐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존 삼성물산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이번 합병으로 평가차익을 누리게 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일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의 채권 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평가했다고 3일 밝혔다. 합병 전 삼성물산의 신용등급은 ‘AA-(안정적)’, 제일모직은 ‘AA+(안정적)’였다.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통합 삼성물산의 지위가 재무 안정성을 떠받치는 요인으로 평가됐다는 분석이다. 한형대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통합 삼성물산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상 중요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점과 합병 법인의 우량한 영업실적 등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통합 삼성물산이 옛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을 가져옴에 따라 삼성전자의 3대주주 지위를 누리게 됐다는 점도 한몫했다.

삼성물산의 회사채 발행잔액은 10여종으로 규모는 2조2000억원에 달한다. 제일모직 채권 잔액은 약 1조3000억원이다.

채권평가사들에 따르면 통합 삼성물산 신용등급인 ‘AA+’급 회사채의 평균 유통금리는 3년물 기준 최근 연 1.9% 수준이다. 옛 삼성물산 ‘AA-’(연 2.0%)보다 0.1%포인트 정도 낮은 수준이다. 통합 삼성물산이 ‘AA+’의 신용등급을 가지게 됨에 따라 삼성물산 채권의 유통금리도 연 2%에서 0.1%포인트가량 하락할 전망이다. 금리가 0.1%포인트 떨어지면 채권값은 약 0.3% 상승한다. 채권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100억원(기본거래 단위)의 삼성물산 채권을 보유한 기관투자가는 3000만원의 평가이익을 얻게 된다는 계산이다.

통합 삼성물산은 자금 조달 면에서도 유리해진다.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는 그만큼 낮은 이자비용으로 사업자금을 빌려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혜택을 볼 전망이다. 국내 민간 건설업체 중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회사는 현대건설로, 합병 전 삼성물산과 같은 ‘AA-(안정적)’를 받고 있다. 통합 삼성물산보다 두 단계 낮은 수준이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