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가정법원의 존재 이유
일반적으로 가정법원이라 하면 이혼사건을 떠올린다. 그러나 가정법원에선 혼인관계뿐만 아니라 상속과 후견, 입양 등 신분관계에 관한 사건과 소년사건을 관할한다. 미국 일부 주에선 소년법원과 후견법원이 분리돼 있고, 일본에선 상속 관련 사건을 처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국의 가정법원은 가사와 소년사건을 총망라한 통합법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최초로 출범한 가정법원은 1963년 10월 개원한 서울가정법원이다. 서울가정법원은 1990년대 이전까진 전문법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해 왔다. 민법 개정 후 가정법원의 후견, 복지 기능이 강조되면서 역할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1990년대엔 이혼시 재산분할제도 도입과 부모의 자녀 면접교섭권 인정이 주요 결정이었다. 2000년대엔 협의이혼 숙려기간 제도, 이혼 관련 상담제도, 이혼시 미성년 자녀의 친권 및 양육에 관한 가정법원의 직권개입 등이 주목할 만한 성과였다.

서울가정법원은 2008년 6월 제4차 개정 소년법 시행과정에서 소년보호재판제도를 실질적으로 개선했다. 화해권고제도의 본격적 운영, 보호자가 없는 소년들을 위한 위탁보호위원제도 운영, 같은 또래의 청소년이 소년사건의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청소년참여법정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원래 가정법원의 기능은 가사, 소년사건에 대한 재판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가정은 이혼율 증가로 인한 가정 해체, 가정폭력 등 여러 가지 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 가정법원이 가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그 역할을 다할 수 없다는 반성이 제기됐다. 그에 따라 가정법원은 후견, 복지 기능을 확대해 왔고, 그 결과 출범 당시에 비해 제도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아직도 가정법원 앞엔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가족 구성이 다양화되면서 등장한 사실혼, 동성부부, 재혼, 미혼모, 입양 등 여러 가정 형태에 대한 문제, 고령화 사회로 인한 노인 문제, 아동 학대 문제, 다문화 가정 증가에 대한 문제 등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 같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선 법원 내부의 역량을 결집하고, 외부 전문가와 네트워크를 강화함으로써 가정법원을 더욱 체계화해 국민의 수준, 사회의 성숙도에 맞는 법원으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여상훈 < 서울가정법원장 jshyeo@scourt.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