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비패턴을 읽으면 국내 소비 변화상을 예측할 수 있다.’

최근 증권업계에선 일본 경제·사회를 분석하는 보고서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일본 사회가 ‘잃어버린 20년’을 거치면서 저성장을 먼저 경험했고, 고령화와 저출산 같은 사회 변화도 한국보다 앞서 겪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미래를 보기 위해 일본의 현재와 과거를 탐구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었다.

특히 식품·유통 등 내수주 분석과 전망에서 일본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증권업계 설명이다. 국내 내수주들은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탓에 실적이 부진하고 주가가 약세다. 하지만 GS리테일, BGF리테일 같은 편의점주는 강세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가 편의점 사업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일본에서도 과거 저성장기에 편의점주가 약진했다.

적은 비용으로 만족스러운 소비를 하고 싶어 하는 소위 ‘가치소비’가 늘어난다는 점도 일본과 비슷하다. 신세계푸드, 풀무원 등 가정간편식(HMR)을 제조하는 회사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일본이 걸었던 ‘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일본 소비자들의 가장 큰 특징으로 소비의 양극화를 꼽는다. 전반적인 소비는 줄이되 마음에 드는 물건이나 서비스엔 돈을 아끼지 않는 경향이 뚜렷해진다는 설명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취업과 사교육, 주거비 등으로 인해 전 연령대의 소비여력이 약해진 탓에 일본보다 소비 심리 악화와 소비 양극화가 더 빠른 속도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TV 와우넷 전문가인 반경수 파트너는 “일본이 1990년대 저성장·고령화 시대를 맞이하면서 편의점과 헬스케어업종, 반려동물 사료업체 등의 성장이 부각됐던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