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선수 첫 KLPGA 우승
배선우에게 줄곧 뒤지다 18번홀서 극적 동타
일본서 태어나 6살 때 한국행
중·고교 때 주니어 강자 …프로 전향하며 일본 국적 취득
◆18번홀에서 뒤집힌 승부
노무라는 6일 충남 태안 골든베이CC(파72·6631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버디 없이 더블 보기 1개, 보기 1개로 3타를 잃어 합계 1언더파 287타를 적어냈다. 노무라는 4라운드에서 선두 배선우(21·삼천리)에 줄곧 1~2타 뒤지다 18번홀에서 극적으로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에서 승리했다. 노무라는 18번홀(파5)에서 이어진 연장 1차전에서 그린 밖에서 친 네 번째 샷을 홀 1m 이내에 붙여 파를 잡았다. 생애 첫 우승을 노렸던 배선우는 이 홀에서 보기에 그쳐 우승컵을 노무라에게 넘겨줬다.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노무라는 ‘여자 골프계의 추성훈’으로 불린다. 노무라는 1992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태어나 다섯 살까지 일본에서 살다가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 왔고, 열 살 때 할머니의 영향으로 골프에 입문했다. 이후 명지중·고를 거치며 한국에서 주니어 강자로 선수생활을 했다. 노무라는 2010년 프로로 전향하며 일본 국적을 택했다. 여자 골프의 선수층이 두터운 한국보다 일본에서 성적을 내기가 쉬울 것으로 판단해서다. 그는 2007년 일본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일본에서 더 좋은 성적을 냈다.
노무라는 국적은 일본이지만 유년 시절 대부분을 한국에서 보내 일본어보다 한국어가 더 익숙하다. 노무라는 이날 우승을 확정지은 뒤 유창한 한국어로 “TV를 보고 있을 할머니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며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지만 침착하게 대처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 골프단 소속인 노무라는 2011년부터 미국 LPGA투어에서 뛰었다. 같은 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브리지스톤레이디스오픈에서 우승한 노무라는 두 번째 우승을 어머니의 나라에서 달성했다.
◆배선우 ‘새가슴’ 오명 못 벗어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 선두를 지켰던 배선우는 ‘와이어 투 와이어(4라운드 연속 1위를 지키며 우승하는 것)’ 우승을 노렸지만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동타를 허용, 연장에서 패하면서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렸다.
배선우는 18번홀에서 러프를 전전하다 다섯 번째 샷 만에 볼을 그린 위에 올린 뒤 3m 거리의 보기 퍼트가 홀을 돌아 나와 더블 보기를 하는 바람에 2타 차 선두를 놓쳤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2012년 11월 KLPGA에 입회한 배선우는 올 시즌 2위 2회, 3위 3회 등 수차례 우승 기회를 잡고도 첫 승을 거두지 못했다.
특히 지난 7월 BMW레이디스챔피언십 때는 최종라운드 선두로 출발하고도 역전패했고, 이날 또 마지막홀에서 무너지며 ‘새가슴’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이븐파 288타를 친 김인경(27·한화)은 18번홀 버디 퍼트가 들어가지 않아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하고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