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춤·소리에 빠져든 배우들, 병사 애환 표현에 온몸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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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9일 국립극장서 공연하는 창극 '적벽가' 연습현장 가보니…
국내 1호 여성 오페라 연출가 이소영 씨 첫 창극무대 지휘봉
거대한 부채꼴 모양 무대 눈길
국내 1호 여성 오페라 연출가 이소영 씨 첫 창극무대 지휘봉
거대한 부채꼴 모양 무대 눈길
“군사들의 설움은 이해하지만, 처음부터 너무 몰입하면 보는 사람이 힘들어져요. 좀 더 자연스럽게, 서로 다른 군사들의 사연을 들으며 각자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연출가 이소영)
지난 6일 서울 장충동 국립창극단 연습실. 오는 15~1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창극 ‘적벽가’ 연습이 한창이었다. 극 중반 위나라 조조의 군사들이 적벽대전 출전을 앞두고 저마다의 사연과 아픔을 털어놓는 장면. 연출을 맡은 이소영 씨는 배우들의 동작과 표정, 호흡 등을 세세하게 지도했다. “연기하다가 소리를 하기 직전에 호흡을 참고 시작하면 자연스럽지가 않아요. 연기와 소리가 끊어지는 느낌을 주지 않으려면 호흡을 따라가면서 그 안에서 소리가 나와야 합니다.”
국립극장의 2015~2016 시즌 개막작인 이 작품은 중국 고전 ‘삼국지연의’의 적벽대전을 바탕으로 한 판소리 ‘적벽가’를 대형 창극으로 무대화한다. 적벽가는 호방하면서도 고음이 많고 풍부한 성량이 필요해 판소리 다섯 바탕 가운데 가장 난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 보유자인 송순섭 명창(79)이 이번 무대의 작창과 도창을 맡았고 한국 1호 여성 오페라 연출가이며 2008~2010년 국립오페라단장을 지낸 이씨가 연출한다.
1997년 오페라 ‘결혼청구서’로 국내에 데뷔한 그는 ‘라보엠(1998년)’, ‘파우스트(2005년)’ 등을 성공시키며 강렬한 상징성을 담은 절제되고 세련된 연출로 한국 오페라 연출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창극 연출에 처음 도전하는 이씨는 “깊이 파고들수록 오페라나 창이나 소리의 근원이 똑같다는 걸 느낀다”며 “창극은 소리와 맑은 정신을 담고 있어 ‘언젠가 창극의 세계에 빠져들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결국 ‘적벽가’ 연출로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극은 위나라 군사가 적벽강에서 화공에 크게 패하고 조조가 구사일생으로 화용도로 달아나는 내용을 다룬다. 전쟁 영웅이 중심이 되는 삼국지연의와는 달리 일반 군사와 백성 등 민초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이씨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민초가 주인공인 작품”이라며 “삼국지 영웅담 뒤편에 스러져간 망자(亡者)들을 극의 중심에 두겠다”고 말했다. 등장인물은 모두 지금은 죽고 없는 망자로 설정했다.
극의 순서는 원작과 다르다. 조조가 적벽대전에서 패하고 도망가는 원작의 뒷부분을 ‘전투 전날 조조가 꾸는 꿈’으로 설정해 극의 도입부에 배치하고, 결말을 적벽대전 장면으로 마무리한다. 이씨는 “조조, 유비 등 영웅들의 이름만 난무하는 원작에서 민초 이야기를 풀어내려면 적벽대전 장면을 결말로 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전쟁의 비극’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그는 송 명창이 완창한 ‘적벽가’를 듣고 이 작품을 첫 창극 연출작으로 결정했다. ‘극은 창(唱)을 따르고 악사들은 옛 고수의 역할을 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최대한 소리 자체에 집중할 계획이다. 송 명창은 고령에도 직접 무대에서 ‘적벽가’ 눈대목인 ‘조자룡 탄궁(彈弓)’과 ‘새타령’, ‘적벽대전’을 부른다.
이번 공연에선 적벽대전의 웅장함을 표현하기 위해 배우 66명과 무용수 12명 등 모두 78명이 무대에 선다. 대부분 20~30명이 출연하는 창극의 2~3배에 달한다. 거대한 부채 구조물을 형상화한 무대 장치는 ‘절벽’ ‘배’ 등으로 바뀌며 다양한 시공간을 표현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지난 6일 서울 장충동 국립창극단 연습실. 오는 15~1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창극 ‘적벽가’ 연습이 한창이었다. 극 중반 위나라 조조의 군사들이 적벽대전 출전을 앞두고 저마다의 사연과 아픔을 털어놓는 장면. 연출을 맡은 이소영 씨는 배우들의 동작과 표정, 호흡 등을 세세하게 지도했다. “연기하다가 소리를 하기 직전에 호흡을 참고 시작하면 자연스럽지가 않아요. 연기와 소리가 끊어지는 느낌을 주지 않으려면 호흡을 따라가면서 그 안에서 소리가 나와야 합니다.”
국립극장의 2015~2016 시즌 개막작인 이 작품은 중국 고전 ‘삼국지연의’의 적벽대전을 바탕으로 한 판소리 ‘적벽가’를 대형 창극으로 무대화한다. 적벽가는 호방하면서도 고음이 많고 풍부한 성량이 필요해 판소리 다섯 바탕 가운데 가장 난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 보유자인 송순섭 명창(79)이 이번 무대의 작창과 도창을 맡았고 한국 1호 여성 오페라 연출가이며 2008~2010년 국립오페라단장을 지낸 이씨가 연출한다.
1997년 오페라 ‘결혼청구서’로 국내에 데뷔한 그는 ‘라보엠(1998년)’, ‘파우스트(2005년)’ 등을 성공시키며 강렬한 상징성을 담은 절제되고 세련된 연출로 한국 오페라 연출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창극 연출에 처음 도전하는 이씨는 “깊이 파고들수록 오페라나 창이나 소리의 근원이 똑같다는 걸 느낀다”며 “창극은 소리와 맑은 정신을 담고 있어 ‘언젠가 창극의 세계에 빠져들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결국 ‘적벽가’ 연출로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극은 위나라 군사가 적벽강에서 화공에 크게 패하고 조조가 구사일생으로 화용도로 달아나는 내용을 다룬다. 전쟁 영웅이 중심이 되는 삼국지연의와는 달리 일반 군사와 백성 등 민초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이씨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민초가 주인공인 작품”이라며 “삼국지 영웅담 뒤편에 스러져간 망자(亡者)들을 극의 중심에 두겠다”고 말했다. 등장인물은 모두 지금은 죽고 없는 망자로 설정했다.
극의 순서는 원작과 다르다. 조조가 적벽대전에서 패하고 도망가는 원작의 뒷부분을 ‘전투 전날 조조가 꾸는 꿈’으로 설정해 극의 도입부에 배치하고, 결말을 적벽대전 장면으로 마무리한다. 이씨는 “조조, 유비 등 영웅들의 이름만 난무하는 원작에서 민초 이야기를 풀어내려면 적벽대전 장면을 결말로 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전쟁의 비극’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그는 송 명창이 완창한 ‘적벽가’를 듣고 이 작품을 첫 창극 연출작으로 결정했다. ‘극은 창(唱)을 따르고 악사들은 옛 고수의 역할을 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최대한 소리 자체에 집중할 계획이다. 송 명창은 고령에도 직접 무대에서 ‘적벽가’ 눈대목인 ‘조자룡 탄궁(彈弓)’과 ‘새타령’, ‘적벽대전’을 부른다.
이번 공연에선 적벽대전의 웅장함을 표현하기 위해 배우 66명과 무용수 12명 등 모두 78명이 무대에 선다. 대부분 20~30명이 출연하는 창극의 2~3배에 달한다. 거대한 부채 구조물을 형상화한 무대 장치는 ‘절벽’ ‘배’ 등으로 바뀌며 다양한 시공간을 표현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