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점 못찾는 노동개혁] "노동개혁 법제화해야…정부 가이드라인은 소송만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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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위 토론회
불명확한 법규정이 '사법 만능주의' 불러
해고·취업규칙 변경 법으로 명문화해야
저성과자 평가 기준·절차도 구체화 필요
불명확한 법규정이 '사법 만능주의' 불러
해고·취업규칙 변경 법으로 명문화해야
저성과자 평가 기준·절차도 구체화 필요
노동시장 개혁과 관련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지침)은 노동시장의 혼란만 부추길 뿐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저(低)성과자에 대한 인사와 적정 임금 지급을 위한 평가 기준과 절차도 법과 제도로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는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노사정위 대회의실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 관련 쟁점 토론회’를 열었다. 주제발표에 나선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연 어떤 경우를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법률이 규정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대법원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근거로 기업의 일방적인 취업규칙 변경을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가이드라인 수준으로는 법적 효과도 미지수일 뿐만 아니라 갈등만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법률과 법원의 판단이 상충하지 않도록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를 명문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어 “취업규칙 변경 효과가 일시적으로 근로자에게 불리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면 변경이 가능하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라며 “노사관계나 기업 경영은 장기적인 과제이므로 취업규칙 변경과 일반해고 규정을 기업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해야 근로자의 고용 보장은 물론 기업경쟁력도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도 “법적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실효적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매우 미약하다”며 “이후 판결이 가이드라인에 부합하지 않으면 기업에 막대한 비용 부담만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설정한다고 해도 단체협약 등이 마련돼있지 않고 근로자들의 교섭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명확한 법 규정이 ‘사법 만능주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법 규정이 모호하다 보니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이름으로 법원에 ‘우회통로’를 마련해두고 ‘취업규칙을 바꾸고 싶으면 판사에게 물어보라’는 꼴”이라며 “근로기준법 전반에 걸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성과자의 일반해고 기준 설정과 관련, 정부의 가이드라인 방침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박 교수는 “일반해고에 관한 판례법리의 축적이 미흡한 상태에서 섣불리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면 통상임금처럼 판례와 행정부의 입장이 달라 결국엔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가 피해를 떠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일반해고 법제화 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성과 미달이나 성적 불량을 판단하는 기준이 얼마나 합리적인지, 그 기준이 해당 근로자에게 공정하게 적용됐는지, 고용 유지를 위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행했는지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저성과자 해고 이유의 구체화는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수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자의 업무 능력을 평가하고 저성과자에 대한 직무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통한 합리적인 인사제도와 적정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인사권에 내재된 권한”이라며 “다만 공정한 평가 기준과 절차의 구체화를 위해 법·제도를 보완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이날 정부 고위공직자부터 기득권 내려놓기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SK하이닉스 노사가 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협력업체 근로자와 나누기로 했고, 주요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연봉 30%를 반납해 청년고용에 쓰겠다고 했다”며 “입법·사법·행정부 고위 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하면 각계의 동참이 불길처럼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는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노사정위 대회의실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 관련 쟁점 토론회’를 열었다. 주제발표에 나선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연 어떤 경우를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법률이 규정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대법원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근거로 기업의 일방적인 취업규칙 변경을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가이드라인 수준으로는 법적 효과도 미지수일 뿐만 아니라 갈등만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법률과 법원의 판단이 상충하지 않도록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를 명문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어 “취업규칙 변경 효과가 일시적으로 근로자에게 불리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면 변경이 가능하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라며 “노사관계나 기업 경영은 장기적인 과제이므로 취업규칙 변경과 일반해고 규정을 기업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해야 근로자의 고용 보장은 물론 기업경쟁력도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도 “법적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실효적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매우 미약하다”며 “이후 판결이 가이드라인에 부합하지 않으면 기업에 막대한 비용 부담만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설정한다고 해도 단체협약 등이 마련돼있지 않고 근로자들의 교섭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명확한 법 규정이 ‘사법 만능주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법 규정이 모호하다 보니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이름으로 법원에 ‘우회통로’를 마련해두고 ‘취업규칙을 바꾸고 싶으면 판사에게 물어보라’는 꼴”이라며 “근로기준법 전반에 걸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성과자의 일반해고 기준 설정과 관련, 정부의 가이드라인 방침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박 교수는 “일반해고에 관한 판례법리의 축적이 미흡한 상태에서 섣불리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면 통상임금처럼 판례와 행정부의 입장이 달라 결국엔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가 피해를 떠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일반해고 법제화 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성과 미달이나 성적 불량을 판단하는 기준이 얼마나 합리적인지, 그 기준이 해당 근로자에게 공정하게 적용됐는지, 고용 유지를 위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행했는지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저성과자 해고 이유의 구체화는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수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자의 업무 능력을 평가하고 저성과자에 대한 직무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통한 합리적인 인사제도와 적정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인사권에 내재된 권한”이라며 “다만 공정한 평가 기준과 절차의 구체화를 위해 법·제도를 보완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이날 정부 고위공직자부터 기득권 내려놓기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SK하이닉스 노사가 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협력업체 근로자와 나누기로 했고, 주요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연봉 30%를 반납해 청년고용에 쓰겠다고 했다”며 “입법·사법·행정부 고위 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하면 각계의 동참이 불길처럼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