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시리아·에리트레아 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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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보트피플(boat people)은 한때 국제뉴스의 단골 용어였다. 베트남이 공산화된 1975년을 전후해 베트남을 탈출한 난민들이었다. 망국의 한을 안은 채 바다로 탈출한 베트남 난민은 1993년까지 부산으로도 흘러왔다.
한동안 뜸했던 보트피플에 세계 여론이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지중해다. 지중해의 보트피플은 주로 리비아에서 고무보트를 탄다. 리비아에서 이탈리아의 섬, 즉 유럽까지는 150㎞ 정도다. 정원의 8배까지 태운 난민선도 18시간이면 건넌다고 한다. 내전이 터졌던 리비아 자체의 난민도 많았지만 아프리카 난민들이 몰려들면서 리비아가 ‘탈출의 허브’처럼 돼버렸다.
난민들의 국적은 다양하다. 소말리아 리비아 이집트…. 그중에는 홍해 연안의 신생 소국 에리트레아 같은 나라도 있다. 한번 징집되면 제대란 불가능하고 언론은 완전히 통제돼 북한과 더불어 언론 자유도에서 거꾸로 세계 1등을 다투는 국가다. 오랫동안 이탈리아의 지배를 받다가 2차대전 이후 에티오피아연방에 속했던 곳이다. 30년의 분리독립 운동 끝에 1993년 독립국이 됐으나 가난과 철권 독재를 못 견뎌 사하라사막을 넘고 지중해를 건너기 위해 목숨을 건다. 자유란 그렇게 모든 걸 거는 가치다.
최근의 난민으로 치면 복합 내전 상태인 시리아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 시리아 난민은 보트 피플뿐 아니라 육로로 이탈하는 랜드피플(land people)도 적지 않다. 인구 1800만명(CIA 통계) 중 400만명 이상이 난민이 되었다는 것이 지난 상반기 통계다. 이젠 유엔도 집계를 포기한 판이니 시리아 난민 수는 헤아릴 길도 없다. 며칠 전 바닷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돼 세계의 양심을 흔든 세 살배기 아일란 쿠르디도 시리아 난민이었다.
보트피플이든 랜드피플이든 대규모 난민의 출발지 중 정상적인 곳은 없다. 600만명의 빈소국 에리트레아도 최고실권자가 세계에서 ‘극악무도한 독재자’로 6위(2010년, 포린 폴리시)에 오른 나라다. 4년반째 내전 중인 시리아도 정부군과 반군, IS의 포탄이 사방에서 난무하는 무법천지다. 목숨을 건 집단탈출에는 그만한 사정들이 있다.
결국 유럽이 난민 문제에 매달리게 됐다. 독일의 국제적 리더십이 단연 돋보였다. 남미에서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콜롬비아에 이어 칠레가 50~100가구 정도는 받아들일 모양이다. 뉴질랜드도 수용 계획을 밝혔다. 탈북 주민이 많아지는 우리에게도 유럽의 난민 문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한동안 뜸했던 보트피플에 세계 여론이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지중해다. 지중해의 보트피플은 주로 리비아에서 고무보트를 탄다. 리비아에서 이탈리아의 섬, 즉 유럽까지는 150㎞ 정도다. 정원의 8배까지 태운 난민선도 18시간이면 건넌다고 한다. 내전이 터졌던 리비아 자체의 난민도 많았지만 아프리카 난민들이 몰려들면서 리비아가 ‘탈출의 허브’처럼 돼버렸다.
난민들의 국적은 다양하다. 소말리아 리비아 이집트…. 그중에는 홍해 연안의 신생 소국 에리트레아 같은 나라도 있다. 한번 징집되면 제대란 불가능하고 언론은 완전히 통제돼 북한과 더불어 언론 자유도에서 거꾸로 세계 1등을 다투는 국가다. 오랫동안 이탈리아의 지배를 받다가 2차대전 이후 에티오피아연방에 속했던 곳이다. 30년의 분리독립 운동 끝에 1993년 독립국이 됐으나 가난과 철권 독재를 못 견뎌 사하라사막을 넘고 지중해를 건너기 위해 목숨을 건다. 자유란 그렇게 모든 걸 거는 가치다.
최근의 난민으로 치면 복합 내전 상태인 시리아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 시리아 난민은 보트 피플뿐 아니라 육로로 이탈하는 랜드피플(land people)도 적지 않다. 인구 1800만명(CIA 통계) 중 400만명 이상이 난민이 되었다는 것이 지난 상반기 통계다. 이젠 유엔도 집계를 포기한 판이니 시리아 난민 수는 헤아릴 길도 없다. 며칠 전 바닷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돼 세계의 양심을 흔든 세 살배기 아일란 쿠르디도 시리아 난민이었다.
보트피플이든 랜드피플이든 대규모 난민의 출발지 중 정상적인 곳은 없다. 600만명의 빈소국 에리트레아도 최고실권자가 세계에서 ‘극악무도한 독재자’로 6위(2010년, 포린 폴리시)에 오른 나라다. 4년반째 내전 중인 시리아도 정부군과 반군, IS의 포탄이 사방에서 난무하는 무법천지다. 목숨을 건 집단탈출에는 그만한 사정들이 있다.
결국 유럽이 난민 문제에 매달리게 됐다. 독일의 국제적 리더십이 단연 돋보였다. 남미에서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콜롬비아에 이어 칠레가 50~100가구 정도는 받아들일 모양이다. 뉴질랜드도 수용 계획을 밝혔다. 탈북 주민이 많아지는 우리에게도 유럽의 난민 문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