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질질 끄는 문화재위…증도가자 문화재 지정 안하나,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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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가자, 세계 최고 금속활자 가능성' 연구 결과 나왔는데…
존재 알려진 후 진위 논란만 계속
진품 땐 '직지'보다 100년 앞서
행정 소모전…빨리 결론 내려야
존재 알려진 후 진위 논란만 계속
진품 땐 '직지'보다 100년 앞서
행정 소모전…빨리 결론 내려야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직지심체요절(직지심경·1377년)’보다 100년 이상 앞섰다고 추정되는 유물이 있다. 고려시대 선불교 해설서인 ‘남명화상찬송증도가’의 목판본(1239년)을 찍기 전에 간행된 주자본(금속활자본)을 인쇄하는 데 쓰인 활자로 알려진 ‘증도가자(證道歌字)’다. 진품이라면 세계 최고 금속활자이자, 국보로 지정되는 데 손색이 없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2010년 9월 세상에 알려진 뒤 5년이 되도록 문화재 지정 여부는 안갯속에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조사·연구와 학술 발표 등을 통해 고려시대 금속활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지만 문화재 지정 여부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신청을 한 지도 4년이 됐지만 지정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증도가자는 2010년 9월 남권희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서울 다보성갤러리(대표 김종춘·한국고미술협회장)가 소장한 금속활자 100여점을 분석한 결과 이 중 12점이 증도가자임을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증도가자를 소장하고 있는 김종춘 대표는 2011년 10월 문화재청에 증도가자를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했다.
문화재위원회는 신청한 지 2년이 지나서야 증도가자에 대한 학술조사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려 지난해 6~11월에 연구용역이 시행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발주한 연구 용역을 맡은 남 교수팀은 “조사한 금속활자 109점 모두 12~13세기 고려 활자일 가능성이 크고 이 중 63점은 활자에 묻은 먹의 탄소연대 측정 등을 통해 직지보다 138년 앞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활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연구 결과를 받아들이면 국가지정문화재가 되는 데 무리가 없다. 또한 이 활자들이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이자 증도가자임을 인정받게 된다. 반면 활자의 부식 정도, 소장 경위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섣불리 국가지정문화재로 인정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게 제기됐다. 증도가자의 문화재 지정이 늦어지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증도가자 논란이 길어지자 문화재청도 난처한 기색을 표하고 있다. 국가문화재 지정 신청이 접수되면 문화재청은 행정 업무만 맡고, 심의는 문화재위원회가 한다.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분과는 지난 6월 각계 전문가 10여명이 참여한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을 구성했다. 조사단은 서체비교, 연대측정, 제작기법 등 3개 소위원회로 나눠 조사위원들이 연구용역 보고서를 검토한 뒤 의견서를 낸 상태다. 소위별 회의를 한 뒤 전체회의를 거쳐 문화재 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결론을 언제까지 내야 한다는 기한이 없어 단계마다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워낙 중요한 사안이어서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 차원에서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 사실”이라며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 문화재 지정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 동산문화재분과 문화재위원은 향후 처리 절차를 묻자 “이 문제에 대해 특별히 설명할 것이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김 대표는 “문화재 지정을 신청한 지 4년이 됐고 2년 전에 문화재위원들이 실물을 확인하고 갔는데도 아직 진척이 없다”며 기약 없는 논란에 답답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증도가자가 (최고 금속활자로)인정받으면 직지심경의 위상이 흔들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문화재 지정을 질질 끌고 있다”면서 “이 활자가 증도가자가 맞든 아니든 문화재위원회가 성실히 파악해 하루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하지만 2010년 9월 세상에 알려진 뒤 5년이 되도록 문화재 지정 여부는 안갯속에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조사·연구와 학술 발표 등을 통해 고려시대 금속활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지만 문화재 지정 여부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신청을 한 지도 4년이 됐지만 지정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증도가자는 2010년 9월 남권희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서울 다보성갤러리(대표 김종춘·한국고미술협회장)가 소장한 금속활자 100여점을 분석한 결과 이 중 12점이 증도가자임을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증도가자를 소장하고 있는 김종춘 대표는 2011년 10월 문화재청에 증도가자를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했다.
문화재위원회는 신청한 지 2년이 지나서야 증도가자에 대한 학술조사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려 지난해 6~11월에 연구용역이 시행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발주한 연구 용역을 맡은 남 교수팀은 “조사한 금속활자 109점 모두 12~13세기 고려 활자일 가능성이 크고 이 중 63점은 활자에 묻은 먹의 탄소연대 측정 등을 통해 직지보다 138년 앞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활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연구 결과를 받아들이면 국가지정문화재가 되는 데 무리가 없다. 또한 이 활자들이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이자 증도가자임을 인정받게 된다. 반면 활자의 부식 정도, 소장 경위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섣불리 국가지정문화재로 인정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게 제기됐다. 증도가자의 문화재 지정이 늦어지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증도가자 논란이 길어지자 문화재청도 난처한 기색을 표하고 있다. 국가문화재 지정 신청이 접수되면 문화재청은 행정 업무만 맡고, 심의는 문화재위원회가 한다.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분과는 지난 6월 각계 전문가 10여명이 참여한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을 구성했다. 조사단은 서체비교, 연대측정, 제작기법 등 3개 소위원회로 나눠 조사위원들이 연구용역 보고서를 검토한 뒤 의견서를 낸 상태다. 소위별 회의를 한 뒤 전체회의를 거쳐 문화재 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결론을 언제까지 내야 한다는 기한이 없어 단계마다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워낙 중요한 사안이어서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 차원에서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 사실”이라며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 문화재 지정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 동산문화재분과 문화재위원은 향후 처리 절차를 묻자 “이 문제에 대해 특별히 설명할 것이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김 대표는 “문화재 지정을 신청한 지 4년이 됐고 2년 전에 문화재위원들이 실물을 확인하고 갔는데도 아직 진척이 없다”며 기약 없는 논란에 답답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증도가자가 (최고 금속활자로)인정받으면 직지심경의 위상이 흔들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문화재 지정을 질질 끌고 있다”면서 “이 활자가 증도가자가 맞든 아니든 문화재위원회가 성실히 파악해 하루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