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운동 다보성갤러리에 전시된 중국화가 자오쿤의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악수’.
서울 경운동 다보성갤러리에 전시된 중국화가 자오쿤의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악수’.
산수화는 자연과 만물을 화폭에 재현한다. 전통 산수화는 먹의 농담을 활용해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때로는 몽환적으로, 때로는 박력 있게 그린다. 중국 화가 자오쿤(趙坤·33)은 산수화를 그리면서 먹 대신 유채를 선택했다. 10일 서울 경운동 다보성갤러리에서 개막한 초대전 ‘자오쿤의 유채산수화’는 한·중 수교 23주년을 맞아 양국의 우의를 다지고 예술가들의 교류 증진을 위해 기획한 전시다. 캔버스와 유채라는 서양화의 바탕에 그려진 동양 산수화 60여점은 역동적이면서 입체감을 준다.

다양한 색을 사용하는 유화의 장점은 산수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자오쿤의 유채산수는 멀리서 봐도 어느 계절 풍경인지 한눈에 들어온다. 그의 작품 ‘만산홍편(萬山紅遍)’은 단풍으로 장식된 산봉우리를 웅장하게 표현했다. ‘황하혼’을 보면 금방이라도 누런 강물이 그림 밖으로 쏟아져 나올 것 같은 힘이 느껴진다.

1982년 중국 허난성에서 태어난 자오쿤은 1999년 중국 청소년서화영재그룹전 특등상을 받았다. 선배 작가들로부터 “천재의 자질이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10여년 전부터 유채산수를 그리기 시작했다. 2012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동양과 서양의 결합은 좋은 시도이니 계속하기 바란다”고 그를 격려하기도 했다. 자오쿤은 “황산을 비롯해 백두산 같은 명산에서 영감을 얻는다”며 “자연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다녀온 뒤 떠오르는 감상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설명했다.

자오쿤은 초상화에도 재능이 있어 이번 전시에 40여점의 초상화를 선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악수’다. 양국 정상이 국기 앞에서 악수하는 장면을 사진처럼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는 “평소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며 “양국의 우의가 오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품을 그렸다”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윤범모 씨는 “자오쿤의 작품은 산수와 유화를 통해 동서 융합의 이미지를 창조해낸다”며 “모필로도 그리기 어려운 그림을 유화붓과 물감으로 세세한 부분까지 표현한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20일까지. (02)730-0310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