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도 못갚는 기업 590여곳 늘어…"좀비기업 연내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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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위기에 빠진 한국기업
임종룡 금융위원장 "호흡기 떼내라"
대출연장·이자 지원 조사…돈줄 끊기로
신용평가 엄격히 안하는 은행엔 불이익
은행원 평가시스템도 고쳐 부실사 정리
임종룡 금융위원장 "호흡기 떼내라"
대출연장·이자 지원 조사…돈줄 끊기로
신용평가 엄격히 안하는 은행엔 불이익
은행원 평가시스템도 고쳐 부실사 정리
“좀비기업에 호흡기를 달아주는 곳이 어디인지 점검하겠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좀비기업’ 척결을 선언했다.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부실기업이 목숨을 연명하면서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은행원 성과평가시스템도 손질
최근 임 위원장은 내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현재 진행 중인 기업부채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기반으로 연내 ‘좀비기업 종합정리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스트레스테스트는 미래 위험을 가정해 은행과 기업의 잠재적인 손실을 측정하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들어 은행의 기업대출과 기업들의 재무상황이 중국 경기 둔화나 미국 금리 인상, 업황 변화 등의 위험에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지를 점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스트레스테스트는 2008년 금융위기에 준하는 강도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특히 은행들에 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를 엄격하게 적용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임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 17개 은행의 여신담당 부행장들을 소집해 “은행들이 좀비기업을 파악할 수 있는 여신심사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이를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취지로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과 은행원들이 단기 건전성과 개인 성과평가(KPI)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한계기업 대출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좀비기업 정리를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금융회사별 검사과정에서 한계기업에 대한 충당금을 제대로 쌓았는지, 여신심사를 제대로 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보증 관행도 뜯어고칠 계획이다. 신보 보증 총액의 40%를 차지하는 업력 10년 이상 기업 상당수가 한계기업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또 신용위험을 엄격하게 적용해 좀비기업을 정리하는 금융회사엔 각종 규제지표를 완화해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기업들에 대해 지원을 끊지 않고 있는 경우 강력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금융회사 직원 성과평가(KPI) 가이드라인도 새로 제시할 예정이다.
◆임계치 도달한 기업부채
금융당국이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올 하반기 이후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가 겹치면 한꺼번에 기업 부실이 터져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업의 재무 건전성은 겉으로 보기엔 나쁘지 않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외부감사 대상 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86.5%로 5년 전인 2009년 105.7%에 비해 개선됐다. 그러나 내밀하게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위험징후가 보인다.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도 이자를 못 갚는(이자보상비율 1 미만) 한계기업 비율은 2009년 12.8%(2698개)에서 지난해 말 15.2%(3295개)로 높아졌다. 이자보상비율 1 미만인데도 불구하고 금융권에서 대출 만기를 연장받거나 이자를 지원받아 목숨을 연명한 좀비기업의 자산 비중은 전체 기업 자산 대비(2013년 기준) 15.6%로 2010년 대비 2.6%포인트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를 살펴봐도 한국은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금융연구원이 집계한 GDP 대비 국내 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05%로 10년 전인 2005년 76%보다 3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17개 주요 신흥국 중 중국, 헝가리 다음으로 높다.
임 위원장은 “저금리를 향유해온 좀비기업을 쳐내야 자금이 보다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갈 수 있다”며 “그런 여건을 세워야 오히려 ‘비 올 때 우산을 빼앗지 않을 수 있는’ 금융체력을 형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수정/김일규 기자 agatha77@hankyung.com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좀비기업’ 척결을 선언했다.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부실기업이 목숨을 연명하면서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은행원 성과평가시스템도 손질
최근 임 위원장은 내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현재 진행 중인 기업부채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기반으로 연내 ‘좀비기업 종합정리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스트레스테스트는 미래 위험을 가정해 은행과 기업의 잠재적인 손실을 측정하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들어 은행의 기업대출과 기업들의 재무상황이 중국 경기 둔화나 미국 금리 인상, 업황 변화 등의 위험에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지를 점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스트레스테스트는 2008년 금융위기에 준하는 강도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특히 은행들에 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를 엄격하게 적용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임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 17개 은행의 여신담당 부행장들을 소집해 “은행들이 좀비기업을 파악할 수 있는 여신심사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이를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취지로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과 은행원들이 단기 건전성과 개인 성과평가(KPI)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한계기업 대출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좀비기업 정리를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금융회사별 검사과정에서 한계기업에 대한 충당금을 제대로 쌓았는지, 여신심사를 제대로 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보증 관행도 뜯어고칠 계획이다. 신보 보증 총액의 40%를 차지하는 업력 10년 이상 기업 상당수가 한계기업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또 신용위험을 엄격하게 적용해 좀비기업을 정리하는 금융회사엔 각종 규제지표를 완화해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기업들에 대해 지원을 끊지 않고 있는 경우 강력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금융회사 직원 성과평가(KPI) 가이드라인도 새로 제시할 예정이다.
◆임계치 도달한 기업부채
금융당국이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올 하반기 이후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가 겹치면 한꺼번에 기업 부실이 터져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업의 재무 건전성은 겉으로 보기엔 나쁘지 않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외부감사 대상 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86.5%로 5년 전인 2009년 105.7%에 비해 개선됐다. 그러나 내밀하게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위험징후가 보인다.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도 이자를 못 갚는(이자보상비율 1 미만) 한계기업 비율은 2009년 12.8%(2698개)에서 지난해 말 15.2%(3295개)로 높아졌다. 이자보상비율 1 미만인데도 불구하고 금융권에서 대출 만기를 연장받거나 이자를 지원받아 목숨을 연명한 좀비기업의 자산 비중은 전체 기업 자산 대비(2013년 기준) 15.6%로 2010년 대비 2.6%포인트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를 살펴봐도 한국은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금융연구원이 집계한 GDP 대비 국내 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05%로 10년 전인 2005년 76%보다 3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17개 주요 신흥국 중 중국, 헝가리 다음으로 높다.
임 위원장은 “저금리를 향유해온 좀비기업을 쳐내야 자금이 보다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갈 수 있다”며 “그런 여건을 세워야 오히려 ‘비 올 때 우산을 빼앗지 않을 수 있는’ 금융체력을 형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수정/김일규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