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집권 기반 다진 아베 "내수 중심 성장 가속"…아베노믹스 박차
지난 8일 자유민주당 총재 선거에서 무투표 재선이 확정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신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박차를 다시 가하고 있다. 내수 주도의 지속적인 성장 가속화를 중점 과제로 내걸고, 정부 출범 초기 마련한 대규모 양적 완화(첫 번째 화살)와 재정지출 확대(두 번째 화살)에 이어 세 번째 화살로 불리는 ‘성장전략’을 더욱 강화해나간다는 복안이다.

아베노믹스 2기(期) 진입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의장으로 있는 경제재정자문회의는 11일 다음달 새롭게 출범하는 내각이 추진할 새로운 경제정책안을 정리해 발표한다. 아베 총리는 3년 임기의 자민당 총재 재선에 성공하면서 다음달 초순 소규모 개각과 당 지도부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7일 자민당 총재 선거를 위한 정책을 발표하면서 “아베노믹스가 2기(期)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민간 자문위원이 마련한 경제정책 초안은 중국 등 신흥국 경기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내수 강화 구조개혁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아베노믹스의 3개 화살’ 중 상대적으로 진행이 더딘 성장전략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기업 생산성 향상과 여성·고령자 500만명 고용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기업 생산성 향상 방안으로는 고급 외국인력 유치를 위해 외국인 비자(체류) 기간을 현재의 최장 5년에서 8년으로 연장하고, 일본 유학생의 일본 내 취업률도 20%에서 5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여성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배우자 수입이 연 130만엔 등 일정 수준을 넘으면 지급하지 않는 공무원의 배우자 수당 정책을 손보고 연말정산에서 배우자공제 제도도 개선할 예정이다.

아베 “경제 최우선” 재차 강조

아베 총리가 ‘아베노믹스 2기’ 진입을 알리며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것은 아베 정부를 지탱하는 데 경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정부 출범 후 연간 80조엔 규모의 대규모 양적 완화를 통해 엔저(低)를 유도하면서 주가 상승과 기업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하지만 중국 등 신흥국 경기침체에 발목이 잡히면서 2분기 일본 경제가 세 분기 만에 뒷걸음질치는 등 불안한 기운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6월 1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던 닛케이225지수(20,809.42)도 18,299.62까지 밀렸다. 집단적 자위권 관련 안보법제 제정 강행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가운데 아베 총리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아베노믹스마저 삐걱거리면 장기집권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베 총리는 자민당 총재 재선 후 “강한 경제는 모든 국력의 원천”이라며 “앞으로도 경제를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책집에서는 성장전략의 기둥으로 중소기업 대책, 농업개혁, 지방경제 활성화 등을 꼽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음달 개각에선 아베노믹스의 정책 일관성을 위해 경제 관련 장관들의 유임이 유력하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아베노믹스 관련 핵심 장관은 아소 다로 재무상과 TPP 담당인 아마리 아키라 경제 재정·재생상,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등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