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6일 열린 홈 경기에서 LG를 5 대 4, 1점차로 간신히 꺾으며 안방에서 승리했다. 두산은 니퍼트를 선발로 등판시켰고, LG는 임정우가 나섰다. 팽팽했던 승부는 5회 말 2아웃에 타석에 들어선 홍성흔에 의해 갈렸다. 홍성흔은 LG 유원상을 상대로 적시타를 터뜨리며…"

지난 7월30일 열린 프로야구 경기 결과 기사다. 흔히 접할 수 있는 기사지만 이 기사는 '사람'이 아닌 '로봇'이 작성했다. 로봇 기자가 등장한 것.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센터(언론재단 연구센터)는 8일 '로봇이 기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에 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로봇 기자는 서울대학교 이준환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 HCI+D(Human-Computer Interaction+Desing)이 개발했다. 연구팀은 수집한 프로야구 중계 데이터와 알고리즘(문제 해결을 위해 입력된 자료를 바탕으로 원하는 출력을 유도해내는 규칙의 집합)을 활용, 기사를 쓰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 로봇이 쓴 기사 평가 더 높아

일반인과 기자들은 로봇 기사를 어떻게 평가할까. 일반인은 로봇이 쓴 사실을 알고도 5개 항목(신뢰성·명확성·독이성·정보성·전문성) 중 신뢰성과 명확성, 독이성에서 로봇에게 좋은 평가를 줬다. 기자가 쓴 기사의 경우 정보성과 전문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자들은 신뢰성을 뺀 나머지 모든 항목에서 로봇기사에 높은 평가를 줬다.

김영주 박사(언론재단)는 "제한적인 표본 수 때문에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지만 기자들이 로봇기사에 더 높은 점수를 준 것은 흥미롭다" 며 "기자들 역시 로봇이 이만큼 쓸 수 있다는 의외의 결과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로봇 기사, 비판 및 감시기능 저하 우려돼

그렇다면 로봇 기사는 언론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일반인의 경우 로봇이 작성한 기사가 '편견없는 뉴스' 등의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비판 및 감시 기능에 의문을 표시했다. 특히 기자들의 우려가 일반인보다 높았다. 일반인과 기자 모두 로봇 기사의 신뢰성에 문제가 없지만 무의미한 기사 양산과 감시기능 저하를 우려했다.

◆ 로봇과 기자, 대체 혹은 보완

로봇이 기자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보완' 의견이 많았다. 일반인의 69.8%는 로봇이 인간 기자를 보완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반면 대체가 가능하다는 답변은 30.2%에 그쳤다. 기자 응답자의 89%가 로봇이 기자를 보완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김영주 박사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개발자가 인간이고 알고리즘에 참고하는 기사의 원형 또한 기자" 라며 "로봇 기자가 인간 기자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로봇과 기자가 각각 잘할 수 있는 일이 다른만큼 상호보완적으로 결합 될 때 저널리즘이 한 발 더 미래로 다가 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조사는 언론재단 연구센터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7월24일부터 8월10일까지 진행됐다. 최종 분석 대상에 일반인 600명, 기자 164명이 응답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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