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경제가 잘나간다고 한다. 지난해 6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났고 올해는 3.1%나 성장할 전망이라고 한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거리에 활기가 살아나고 있고, 현지에 진출한 르노와 폭스바겐 등 유럽 자동차 기업들이 공장 증설이나 신설을 계획하고 있다. 6년 만에 찾아온 희소식이다. 이는 다른 무엇보다 노동개혁의 성과로 분석된다. 그렇게 끈질겼던 강성노조들이 고통 분담에 적극 참여했다. 이제 노조와 합의 없이도 임금과 근로시간을 경영진이 바꿀 수 있다. 해고 요건을 완화한 것은 물론이다. 지난해 르노자동차 스페인공장에서 파업을 불사하자 사측은 바로 공장폐쇄를 단행했다. 노동개혁이 경제성장의 조건이라는 사실을 이제 알아챈 것이다.

스페인만이 아니다. 독일은 2003년 노동시장 유연화를 목표로 한 ‘하르츠개혁’을 성공시켰고 영국도 노조 개혁을 전개하고 있다. 스웨덴은 20년 전 노동개혁을 마무리해 지금 신입사원과 30년차 직원의 임금 격차가 1.1배에 불과하다. 한국은 4.3배다. 스웨덴 정부의 절박함이 노동시장을 개혁했다. 사회당 정권의 프랑스조차 고용유연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노동법의 전면 개정을 선언했다. 정부의 노동개혁이 경제를 살리는 방아쇠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시장은 갈수록 글로벌화한다. 값싼 근로자를 쓰기 위해 독일은 난민을 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치열한 제조업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오직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생산성을 혁신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우리 정부는 어제 “노·사·정 논의를 토대로 노동개혁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얼마나 힘이 실릴지 의문이다. 통상임금 등 이미 많은 분야에서 실기(失機)한 상태다. 지금 노조의 기득권을 폐지하지 않으면 ‘압축퇴보’만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