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아시아의 도전 과제
동아시아는 지난 30년 간 이어진 전례 없는 경제 성장 덕분에 전 세계 경제의 25%를 차지하는 경제 동력원으로 성장했다.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을 비롯한 이 지역은 좀 더 노동 집약적이고 포용적인 성장을 이루어낸 덕분에 수억명의 사람이 극심한 가난에서 벗어나 더 큰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공에는 대가가 따랐다. 지난 해를 기준으로 동아시아 인구 중 1억명이 아직도 하루 1.25 달러로 생활한다. 약 2억 6000만명이 여전히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는데, 이들은 세계 경제가 악화되거나 자국에 보건 악재 혹은 식량난이 발생하면 다시 가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들의 불확실한 미래야말로 동아시아의 급성장이 낳은 불평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지역의 소득 격차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한층 가중되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경우 소득 격차가 악화되었으며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에서는 소득 격차의 정도가 계속해서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소득 격차가 확대된다는 것은 경제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전 과제가 뒤따름을 의미한다.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고 교육과 기술 훈련을 강화하며,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좀 더 포용적인 접근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적절한 사회 보호 프로그램이 부족한 것도 소득 격차가 커지는 데 영향을 끼친다.

현재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시장 불안정성이 증폭되는 가운데 불평등이 장기적인 도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소외되는 사람이 점점 더 늘어나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 전망이 나빠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동아시아가 견조한 성장을 유지하는 동시에 모든 이에게 더 나은 기회와 더 큰 번영을 제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9월 10일부터 11일까지 필리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 회담에서는 이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이번 회담에서 북미와 남미, 아시아, 태평양지역, 러시아 등 21개 회원국은 구조조정 전략과 좀 더 유연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통합 접근법을 논의했다.

세계은행그룹은 저소득층은 물론 빈곤의 경계에 서있는 사람들이 경제 번영으로 발생한 혜택을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 믿는다. 우리는 인구 중 하위 40%를 차지하는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소득과 더 큰 번영을 창출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한 이들은 다시 뒤쳐질 위험에 처한다.

그러려면 경제 성장을 북돋우는 동시에 모든 이에게 유아기부터 적절한 교육과 기량 연마의 기회를 제공하여 이들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각국 정부는 엘리트층만이 아닌 모든 이에게 평등한 경제적, 사회적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거버넌스(의사 결정 과정)와 재정 정책을 개선하고, 좀 더 많은 인프라를 개발하며, 기후 변화의 가속화에 따라 일어날 위험이 있는 금융 사태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결국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장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 항상 인간 개발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소득 격차를 해결할 종합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안이 필요하다. 우선 다른 나라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또한 APEC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물론 다양한 중남미 지역 기구를 통하여 좀 더 긴밀한 협력을 도모할 수 있다. 이러한 협력에는 지식 공유뿐 아니라 경제 성장, 교역, 직접 투자, 기타 금융 협력을 지원하는 정책적 조치가 포함되어야 한다. 협력을 통해 평등한 경쟁의 장을 구축하여 아시아태평양지역 전반의 경쟁, 시장, 교역을 지원할 수도 있다.

저소득층 전반에 힘이 되는 거시 경제 환경을 구축하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지원을 통해 이들에게 자극제를 제공할 필요도 있다. 멕시코, 페루, 칠레 등 APEC의 중남미 회원국은 각각 프로스페라(Prospera, 옛 Oportunidades), 훈토스(Juntos), 칠레 솔리다리오(Chile Solidario) 등의 조건부 현금 지급 계획을 시행하여 학교 출석률을 높이고 저소득층과 취약 계층을 위한 예방 의료 및 영양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우리는 조건부 현금 지급이 필리핀을 비롯한 각국에서 얼마만큼 큰 성과를 거두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고무적인 것은 이번 필리핀에서 열린 APEC 재무장관 회담에서 해당 사안이 논의되고 세부 실천 계획(Cebu Action Plan) 완성이 추진되었다는 점이다. 세부 실천 계획의 궁극적인 목표는 금융 통합, 재정 투명성, 인프라 파이낸싱, 위기 회복력의 조화로운 발전을 촉진하여 회원국 국민 모두의 삶을 향상하는 데 있다.

세계 경제의 변동성이 커지는 이 시대에 세부 실천 계획은 APEC 지역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사람들이 극심한 가난에서 벗어나고 성장의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악셀 반 트로센버그 < 세계은행 동아시아·태평양지역 부총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