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계들은 전시만 할 뿐, 판매는 하지 않습니다. 까르띠에의 시계 제조기술을 보여주기 위해 제작한 ‘콘셉트 워치’거든요. 자동차업계의 ‘콘셉트 카’ 같은 존재죠.”

지난 3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까르띠에 파인 워치메이킹 컬렉션’ 행사장. 어두컴컴한 작은 방으로 걸어 들어가니 오직 두 점의 시계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었다. 까르띠에의 콘셉트 워치 ‘아이디 원(ID ONE)’과 ‘아이디 투(ID TWO)’. 해외 시계 전시회에선 종종 모습을 드러내지만 국내에 들어온 건 처음이었다.

ID라는 이름은 혁신(innovation)과 개발(development)이란 뜻을 담고 있다. 직원의 설명대로 판매가 아니라 기술력 입증을 목적으로 제작된 시계다. 까르띠에 측은 “시계 제작에서 독창적인 기술을 찾기 위해 연구개발 부서의 오랜 노력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라고 소개했다.

무엇이 특별하다는 걸까. 우선 아이디 원은 ‘조정(레귤레이팅)이 필요 없는 가장 정확한 시계’를 표방했다. 부품을 신소재인 카본 크리스털로 해 마모로 인한 시간 오차를 줄였고, 표면을 매끄럽게 처리해 때론 잔고장의 원인이 되는 윤활유를 넣어줄 필요가 없다. 또 케이스를 티타늄과 나이오븀 합금으로 제작해 웬만한 충격은 무브먼트(시계의 핵심 부품인 동력장치)로 전달되지 않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아이디 투는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진공(眞空) 시계’로 요약할 수 있다. 케이스 안쪽이 진공 상태로 10년 이상 유지되도록 했는데, 이를 통해 공기 저항으로 인한 동력 손실을 37% 줄였다. 부품 역시 신소재를 도입하고 위치를 재배열하는 등의 방식으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했다. 이를 통해 한 번 태엽이 감겼을 때 작동하는 최대 시간을 뜻하는 파워 리저브가 32일에 이른다. 시중의 웬만한 명품시계도 2~3일 남짓인 것과 대조적이다.

까르띠에는 이날 행사에서 두 콘셉트 워치 외에도 올해 신상품을 비롯한 80여점의 최고급 시계를 전시했다. 578개의 부품을 사용해 까르띠에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로 꼽히는 ‘로통드 드 까르띠에 그랜드 컴플리케이션’과 찌그러진 듯한 독특한 곡선의 크래시 워치 ‘크래쉬 스켈레톤 페이브드’ 등도 주목받았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