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무한동력’의 원작 웹툰을 그린 주호민 씨(왼쪽)와 작곡가 이지혜 씨.
뮤지컬 ‘무한동력’의 원작 웹툰을 그린 주호민 씨(왼쪽)와 작곡가 이지혜 씨.
주호민 작가의 웹툰 ‘무한동력’은 ‘미생(未生)’도 되지 못한 청춘들의 이야기다. 미생이란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은 상태를 일컫는 바둑 용어. 금융권 대기업 입사가 꿈인 취업 준비생 장선재,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진기한, 대학 중퇴 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김솔이 주인공이다. 작품은 세 사람이 무한동력 장치를 만들려는 ‘괴짜’ 한원식의 집에서 하숙하면서 잃어버린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 소소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지난 4일부터 창작 뮤지컬로 공연되고 있다. 서울 동숭동 티오엠(TOM) 1관 무대에서다. 지난 7월 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신과 함께’가 성공리에 막을 내린 지 두 달 만이다. 동숭동 한 카페에서 주 작가와 작곡가 이지혜 씨를 만났다.

“작품을 읽자마자 ‘소극장 뮤지컬’로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1년 처음으로 작가를 찾아가 이 작품을 뮤지컬로 만들자고 제안했어요. 곡을 써서 들려줬죠. ‘장인어른 저에게 무한동력을 주십시오’하는 심정이었어요.”(이지혜)

평소 뮤지컬에는 문외한이었다는 주 작가도 이씨의 노래에 빠져들었다. “들어 보니 노래가 정말 좋았습니다. 선재와 솔이가 듀엣으로 부르는 ‘좋아해’라는 노래가 있는데,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더라고요. 아내와 서로 파트를 나눠서 부르기도 했죠.”

주 작가가 작품을 연재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28세 때였다. 당시 친구들은 세 부류였다. 공무원 준비생, 취업 준비생, 직업 아르바이트생. 그 무렵 TV 프로그램 ‘세상에 이런 일이’에 20년간 무한동력장치를 만든 아저씨가 등장했다. 아저씨와 청춘들의 삶을 대비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주 작가는 “TV를 보면 항상 ‘괴짜’ 주변에는 고통받는 가족이 등장하더라”며 “어머니 없이 살림을 꾸려가는 현실적인 딸 수자, 반항아 수동이 캐릭터도 이렇게 해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내년 1월3일까지 공연되는 이 작품의 주된 이야기는 ‘꿈’이다. “죽기 전에 못 먹은 밥이 생각날까, 못 이룬 꿈이 생각날까”라는 대사나 “어떤 직업을 가지는 게 꿈이 될 순 없어. 그건 꿈의 계획이니까”와 같은 주옥 같은 대사가 이어진다. 주 작가는 “‘삶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사는 대로 생각하지 말고, 생각하는 대로 살자는 주제의식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무한동력’에 대해 “서울 변두리 소시민의 삶을 그린 소극장 뮤지컬 ‘빨래’나 미국 뉴욕 달동네에서 살아가는 이웃들의 삶을 그린 ‘애비뉴 큐’ 같은 작품”이라며 “인물 하나하나에 큰 애정이 간다”고 했다. 작품에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등장한다. ‘가늘고 길게’ ‘저 커다란 세상’ 등 귀에 감기는 대표곡 외에도 랩, 헤비메탈, 컨트리풍 등이 이어진다.

주 작가는 웹툰을 기반으로 한 2차 창작물 제작을 이어갈 예정이다. ‘무한동력’은 2013년 웹드라마로도 제작돼 누적 조회수 550만건을 기록했다. ‘신과 함께’는 뮤지컬로 성공한 데 이어 영화 ‘국가대표’의 김용화 감독이 영화화를 앞두고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