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가 어제 저녁 극적으로 노동시장 구조개선 대타협에 합의했다. 하지만 핵심 쟁점인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에 대해서는 노사 간 충분한 협의를 거쳐 추진하기로 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임금피크제 역시 정부가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내용을 담았을 뿐이다. 결국 대타협이지만 실질적인 알맹이는 거의 없는 합의에 그쳤다.

사실 한국 노동시장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임금피크제나 해고요건 문제는 아니다. 그보다는 ‘귀족노조’의 막강한 ‘파업권력’이야말로 가장 심각하고 개혁이 시급한 문제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는 파업 시 일방적으로 노조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소위 ‘5개 독소조항’이 작동하고 있다. 파업 시 사측의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반면 노조 측의 사업장 점거 파업을 허용하고 있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직장폐쇄 요건을 매우 까다롭게 제한하고, 오직 사측만 부당노동행위로 제재하는 것은 물론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에 제한을 둔 것도 문제다. 이처럼 노조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파업권력을 부여한 노조법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는 어떤 노동개혁이나 노사 간 협상도 별 의미가 없다. 노사 간 대등한 협상 자체가 애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노동개혁을 부르짖고 있어도 노조들이 “할 테면 해보라”고 비아냥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고임금 사업장인 현대자동차 노조가 4년 연속 파업 결의를 한 것도, 금호타이어 노조가 5년간의 워크아웃이 끝나자마자 전면파업에 돌입한 것도 모두 노조법이 막강한 파업권력을 보장한 덕분이다. 이들 귀족노조는 노동시장 ‘가치 사슬’의 상층부를 틀어쥐고 만성적인 파업과 임금투쟁을 통해 결과적으로 수많은 협력사와 비정규직 위에 군림하며 이들을 착취하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현대차 노조의 파업 결의에 대해 “5000여개의 2·3차 부품업체와 40만명의 근로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바로 그래서다.

노동개혁은 이런 귀족노조의 비대칭적 권력을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노사 양측이 대등한 입장에서 상호 견제 균형을 이루면 임금피크제 도입이나 일반해고 요건 완화 등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은 물론 대부분의 노동문제를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노조의 무한 파업권을 보장한 노조법의 ‘5개 독소조항’ 개정이 시급하다. 이것이 왜곡된 노동시장 구조를 정상화하는 길이다. 정부는 이것이 빠진 그 어떤 노동개혁도 강성 귀족노조에는 비웃음거리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