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정 까뮤 대표, 남자 속옷 만든다고 야한 농담 시달려…디자인 공들이자 SK야구단도 '엄지 척'
“여자가 남자 속옷을 만든다고요?”

2013년 창업 이후 늘 듣는 말이다. 미혼 여성이 남성 기능용 속옷을 제작하는 것에 대해 놀라워하면서도 약간의 비웃음이 섞인 얘기들이다.

짓궂은 농담도 수없이 들었다. 샘플을 만들어 줄 공장을 찾아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생산업자는 농담을 하다가 주문량이 적고 디자인이 복잡하다며 생산비를 계속 올려달라고 했다. 각종 기관에 사업설명회를 하고 지원을 요청해도 전기·전자, 정보기술(IT) 등이 아니라고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런 편견과 난관을 극복했다. 벤처 인증도 받고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버지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 많은 사람에게 만족감을 주고 있는 것이다.

농부인 아버지는 더운 날에도 비닐하우스에서 하루종일 일을 하셨다. 그러다 보니 늘 특정 부위에 땀띠와 습진 등이 생겨 피부질환에 시달렸다. 그때 생각했다. ‘속옷의 디자인이 바뀌면 해결할 수 있을 텐데….’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회사에서도 디자인 부문에서 일했다. 재능과 경험을 살려 아버지의 속옷을 직접 디자인해 드렸다. 입체적인 디자인으로 속옷의 공간을 나눴다. ‘분리기능 팬티’인 셈이다. 아버지는 무척 만족하셨다. 그 길로 2년간 다닌 회사를 나와 창업을 했다.

오수정 까뮤 대표, 남자 속옷 만든다고 야한 농담 시달려…디자인 공들이자 SK야구단도 '엄지 척'
운동선수들이 입으면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인천 SK 와이번스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협찬을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모두 싫다고 해 눈앞이 깜깜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코치가 입어본 뒤 선수들에게 입혀보면 좋겠다고 연락해왔다. 운동할 때 끈적이지 않아 좋다고 했다. 그러자 다른 선수들도 입어보겠다고 하고 감독, 코치도 서로 입겠다고 요청해왔다.

올해는 해외시장 개척의 원년이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 수출을 시작했다. 상하이, 홍콩은 물론 일본 등에서도 해외 바이어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억3000만원이었던 매출은 올해 7억~8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조그마한 성공’을 이뤘지만 아직도 수많은 편견과 맞서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창업 이후 디자인과 품질이 뛰어난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초심을 지켜나가고 있다. 여성 벤처기업인의 성장을 가로막는 숱한 제도적·사회적 장벽이 있지만 꿈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