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서울반도체 사장이 15일 중국 상하이 푸둥메리어트호텔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신개념 LED(발광다이오드) ‘와이캅2’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반도체 제공
이정훈 서울반도체 사장이 15일 중국 상하이 푸둥메리어트호텔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신개념 LED(발광다이오드) ‘와이캅2’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반도체 제공
LED(발광다이오드) 전문기업 서울반도체가 더 작은 크기에서 더 밝은 빛을 낼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초소형 LED를 처음으로 개발했다. LED 칩을 프레임에 붙이고 와이어 본딩으로 전기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패키징’ 공정을 없앴기 때문이다. LED 조명이 많이 쓰이는 실내등이나 실외등뿐 아니라 웨어러블(착용형) 전자제품 등의 분야로 쓰임새를 확장할 수 있을 전망이다.

○패키징 필요 없는 LED

서울반도체가 15일 중국 상하이 푸둥메리어트호텔에서 공개한 ‘와이캅2’는 패키징 공정이 필요 없는 LED다. 이 회사가 2013년 정보기술(IT) 기기용으로 개발한 ‘와이캅1’의 후속 제품이다. 기존에는 응용 범위가 LCD 백라이트유닛(BLU)과 카메라 플래시, 자동차 전조등 등에 국한됐다. 와이캅2는 사용 범위를 크게 넓힌 제품이다.

LED를 조명으로 제작하려면 몇 가지 공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먼저 LED 칩에 접착제를 발라 리드프레임에 붙이고, 금을 소재로 한 와이어로 연결한 뒤 위쪽에 형광체를 뿌려 패키지 형태로 만들어 낸다. 이 패키지를 인쇄회로기판(PCB)에 붙여 모듈화하고 전원공급장치와 방열장치를 장착하면 조명이 된다.

서울반도체는 패키지 단계에서 프레임과 골드와이어뿐 아니라 기판과 접착제까지 없앴다. LED 칩 크기 그대로 바로 PCB에 붙일 수 있게 한 것. 이렇게 하면 크기는 작아지고 광 효율은 높아진다. 높은 광밀도와 열전도율도 가능해진다. 와이캅2는 작은 것이 가로와 세로 길이가 1.5㎜에 불과해 손톱보다도 작다.

이 기술은 원래 실리콘 반도체 분야에서 먼저 쓰였다. 패키지 면적을 칩과 같게 만드는 ‘CSP(chip scale package)’에서 유래했다. LED 업계에선 2012년 필립스가 가장 먼저 CSP 제품을 내놨지만 온전하진 않았다. 규소 재질의 중간기판을 써 크기가 칩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남기범 서울반도체 연구소장은 “와이캅2는 LED 패키지업계에서 20년 넘게 사용해 온 부품을 필요 없게 함으로써 앞으로 LED산업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서울반도체는 이와 관련한 특허를 수백건 확보하고 기술장벽을 쌓았다”고 말했다. 기술을 베껴 그대로 적용하는 중국 업체들을 견제하는 장치까지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아크리치·엔폴라 이은 쾌거

서울반도체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LED 시장을 잠식해 가는 중국 기업들에 맞서 부가가치가 높은 신기술로 시장을 이끌어 간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2006년 세계 최초로 교류(AC) 구동이 가능한 LED 모듈 ‘아크리치’를 내놓은 바 있다.

교류·직류를 변환하는 장치(컨버터)가 필요 없어 수명이 기존 제품 대비 2배 길어지고 디자인에도 유리해 업계의 큰 호응을 받았다. 아크리치는 지난해에만 40여개국 500여개 조명 회사에 팔렸다. 서울반도체는 2012년엔 기존 LED보다 10배 이상 밝은 ‘엔폴라’란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