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오나르도(자료사진 = 전북 현대)





축구장에서의 시간은 흘러가버리면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 추가 시간이라는 제도가 있지만 아무에게나 기적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전북 선수들은 오사카에서의 초가을 저녁에 분루를 삼켜야 했다. 다 잡은 토끼를 놓쳤기 때문이다. 9년 전의 영광이 그저 마음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은 하루였다.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한국)가 16일 오후 7시 일본 오사카에 있는 엑스포 `70 경기장에서 열린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감바 오사카(일본)와의 원정 경기에서 후반전 추가 시간에 뼈아픈 결승골을 내주며 2-3 펠레 스코어로 패하는 바람에 4강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전북은 이 경기 결과만으로 8강 승부를 가리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곱씹어야 한다. 지난 달 26일 그들의 안방인 전주성에서 분명히 기회가 있었다. 평일 저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주성을 찾아준 23,633명의 엄청난 홈팬들의 응원 소리도 울려퍼졌기 때문에 더욱 이겼어야 했다. 그 절호의 기회를 놓친 전북은 오사카에서 어깨를 제대로 펴지 못했던 것이다.



경기 시작 후 12분만에 박원재가 얻은 페널티킥 기회를 레오나르도가 멋지게 차 넣어 1-0으로 앞서갔다는 사실도 고무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수비 조직력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곧바로 얻어맞은 동점골이 뼈아팠다. 지난 해 일본 프로축구 모든 대회를 휩쓸어버린 감바 오사카와의 원정 경기였기에 실점을 염두에 두지 않는 대응 전술은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었다.



원정 팀 득점을 우대하는 챔피언스리그 규정상 최소한 무승부가 필요했던 경기였기에 14분에 오프 사이드 함정이 무너지며 내준 패트릭의 동점골은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후반전에 내준 두 골은 전북의 한계가 어디인가를 분명히 말해주고 있었다. 수비 조직력이 흔들리는 팀은 마지막 고비를 넘을 수 없다는 축구장의 진리를 또 한 번 가르쳐준 셈이다.



문제는 밸런스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느냐였다. 축구장에서 선수 개인은 보디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부분 전술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공간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더 결정적으로 `공격-수비` 그리고 이들 공수를 연결하는 `미드필드` 지역의 밸런스 유지는 결정적 장면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전북은 이런 측면에서 매우 어그러진 경기를 펼쳤다. 최강희 감독은 8월 26일의 1차전처럼 포백 앞에서 뛰는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활동량이 뛰어난 풀백 최철순을 내세웠다. 이번 2차전에는 감바 오사카의 유능한 미드필더 우사미가 경고 누적으로 뛸 수 없었지만 그래도 최철순에게 그 중책을 맡겨 미드필드 밸런스 유지를 주문했다. 이를 근간으로 4-1-4-1 포메이션을 내세워 이른바 `닥공`을 표방한 것이다.



최철순은 상대의 핵심 미드필더나 공격수의 움직임을 무력화하는데 특화된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상대적으로 공간 밸런스를 유지하는 능력은 모자랐다. 아무래도 미드필더 본연의 역할을 맡은 리그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탓이었으리라.



그러다보니 후반전에 감바 오사카 가운데 미드필더들은 그 빈틈을 제대로 노릴 수 있었던 것이다. 76분에 공격형 미드필더 구라타의 왼발 중거리슛이 마크맨 없이 자유롭게 뻗어나왔다. 참 묘하게도 구라타의 왼발 끝을 떠난 공이 어정쩡하게 물러나 있는 최철순의 몸에 맞고 골문 안으로 굴절되어 들어갔다. 미드필드 밸런스 유지, 다시 말해 효율적인 미드필드 공간 분담이 이루어지지 않은 전북은 한계를 넘지 못하고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88분에 후반전 교체 선수 우르코 베라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다. 최강희 감독이 센터백 두 선수(김형일, 윌킨슨)를 모조리 빼고 키다리 골잡이 우르코 베라와 공격형 미드필더 김동찬을 차례로 들여보낸 것이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남아 있는 6분의 시간을 간과했던 것이다. 지면 끝나는 토너먼트 형식의 대회에서 그 다음을 생각하고 경기를 운영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수비 조직력 측면에서 구멍이 드러나지 않는 마무리는 염두에 두고 선수 교체를 단행했어야 옳다.



우르코 베라가 들어가면서 이동국과 트윈 타워를 이룰 수 있어 감바 오사카 수비수들은 높은 공 다툼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우르코 베라에게 헤더 동점골을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두 명의 센터백을 벤치로 불러들인 다음 대응책은 분명하지 못했다.



멀티 플레이어 김기희가 오른쪽 풀백으로 버티고 있었기에 믿는 구석이 있었겠지만 김기희 혼자서 전북 수비 라인을 지휘한다는 것은 분명히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최소한의 파트너가 있어야 커버 플레이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축구장의 수비 개념이기 때문이다.



결국 전북은 후반전 추가시간 3분만에 결정타를 얻어맞고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감바 오사카의 후반전 교체 선수 요네쿠라를 마지막 라인에서 막아냈어야 하는 정통 센터백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경기장에 없었기 때문이다. 요네쿠라를 따라붙은 선수는 전북의 공격형 미드필더 이근호였고 거기서 가장 가까운 곳의 수비수는 왼쪽 풀백 박원재 뿐이었다. 전북으로서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는 무너질 구멍이었던 것이다.



이제 전북은 K리그 클래식 우승 트로피를 지키는 일만 남았다. 핵심 선수들 모두가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다.



※ 2015 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결과(16일 오후 7시, 오사카 70` 경기장)



★ 감바 오사카 3-2 전북 현대 [득점 : 패트릭(14분), 구라타(76분), 요네쿠라(90+3분) / 레오나르도(12분,PK), 우르코 베라(88분,도움-이근호)]



- 두 경기 합산 점수 3-2로 감바 오사카 준결승 진출



◎ 전북 선수들



FW : 이동국



AMF : 레오나르도, 이근호, 이재성, 한교원(71분↔루이스)



DMF : 최철순



DF : 박원재, 김형일(79분↔우르코 베라), 윌킨슨(85분↔김동찬), 김기희



GK : 권순태



◇ 준결승 일정(왼쪽이 홈 팀)



9월 30일(수) 티엔허 스포츠 센터 ★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 감바 오사카(일본)



10월 21일(수) 엑스포 `70 경기장 ★ 감바 오사카 - 광저우 에버그란데


심재철기자 winsoc@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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