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낙폭과대 대형주가 반등하고 있다. 대다수 대형주는 작년 말 이후 중소형주가 주도하는 장세가 진행되면서 기를 펴지 못했다.

지난 7월 중순~8월 말 급락장에서 추가적인 충격도 적지 않게 받았다. 하지만 이달 들어 미국 금리인상 우려로 주식시장이 불안한 행보를 나타낸 가운데서도 급락장 하락분을 회복할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인 종목이 늘고 있다.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 이젠 오를 때!…낙폭 큰 대형주, 반등 시작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선 SK하이닉스(2.99%), LG화학(2.39%), 삼성생명(2.30%) 등 전날 크게 반등한 대형주 중 강한 상승세를 이어간 종목이 적지 않았다. 올 들어 주식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1년 신저가 기록을 세우기 바빴던 대형 낙폭과대주가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 것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급락장 이후 바닥을 다지는 시기에 섣불리 차기 주도주를 예상하기보다는 저가 매력이 돋보이는 낙폭과대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늘고 있다.

유안타증권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12.4% 하락하는 등 급락장이 빚어진 지난 7월16일~8월24일 30% 넘게 떨어진 대형주 가운데 최근 3주 사이에 주가가 ‘V자형’ 움직임을 보이며 낙폭을 대부분 회복한 종목들이 잇따르고 있다.

급락장에서 주가가 38.39% 빠진 한전기술은 지난달 25일 이후 30.63% 회복했다. 8월 조정장에서 39.30% 추락했던 삼성중공업도 8월 말 이후 회복기에 30.35% 올랐고, 같은 기간 36.40% 떨어졌던 LS도 한 달도 안돼 32.43% 상승했다. 두산인프라코어(35.40% 하락 후 20.1% 상승)와 아시아나항공(32.4% 하락 후 10.75% 상승) 등도 ‘V자형’ 회복군 종목에 포함됐다. KCC, 삼성물산, LG상사, OCI 등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류주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05년 이후 코스피지수가 월간 3.2% 넘게 떨어진 다음달에는 지수급락 국면에서 하락률이 컸던 종목의 반등세가 가팔랐다”며 “통상 급락장 이후 대형 낙폭과대주 수익률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낙폭과대주의 회복이 양극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8월 급락장에서 30% 넘게 떨어졌던 현대엘리베이터와 일동제약, 제넥신, 산성앨엔에스, 메디포스트 등은 8월 말 이후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주가가 더 떨어졌다. V자 반등에서 소외된 이들 낙폭과대주는 대부분 주가가 올 들어 60~80%가량 올랐다. 아직 ‘진짜 바닥’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급락장에서 기존 주도주는 투자자 시선에서 멀어졌고 올 들어 가장 낙폭이 컸던 종목부터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낙폭과대주의 장기 반등을 예상하긴 이르다는 시각도 많다. 신한금융투자 분석 결과, 2010년 이후 코스피지수가 급락 후 반등했던 9차례 사례에서 낙폭과대주의 급반등세는 평균 1개월~1개월반 정도 유지됐다. 증시가 저점에서 회복되면서 낙폭과대주의 강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만큼 단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