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편집국장의 뉴스레터] 노동개혁, '쉬운 해고'인가 '공정 해고'인가
“나에게 정치를 맡긴다면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겠다.”

공자가 <논어>에서 한 얘깁니다. 모든 것은 실제(實際)에 걸맞은 이름(正名)으로 불러줘야 하며, 그렇게 해야만 제대로 된 정치를 펼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답게 되는 것(君君, 臣臣, 父父, 子子)”이라는 구절이 이어집니다.

노사정위원회가 합의한 노동개혁 내용을 놓고 야당 정치인들이 ‘쉬운 해고’라는 이름을 붙여 저지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기업 내의 저(低)성과자에 대해 직무교육을 시켜 업무를 재배치하고,그래도 성과가 향상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해고 기준을 마련하자는 게 노사정이 합의한 내용입니다. 정부·여당이 ‘공정 해고’라는 용어로 대응하는 배경입니다.

‘실제’가 아닌 ‘정략’에 초점을 맞춘 정치 레토릭 논란이 한국만의,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닐 겁니다. 공자 시대에 ‘정명(正名)을 해야 정치가 바로 선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말입니다.

이름과 실제가 서로 부합하는, ‘명실상부(名實相符)’가 정치권만의 문제도 아닐 것입니다. 조직 운영의 최종 책임을 맡은 리더가 위기 상황에서 ‘현실안주’를 선택하면서 포장뿐인 ‘개혁’을 내세워 조직을 몰락으로 몰고간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신문을 만드는 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실상(實相)을 올바로 전달하지 않고, 상황을 왜곡하는 잘못된 용어와 표현으로 여론을 오도(誤導)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집니다. 저부터, 한경부터,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정명(正名)’의 각오를 새기며 아침을 시작하겠습니다.

< 한국경제신문 편집국장 이학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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