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에서 2년째 이어오고 있는 인문학 강좌가 산업단지 내 기업 CEO와 임직원에게 인기가 높다.
대구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에서 2년째 이어오고 있는 인문학 강좌가 산업단지 내 기업 CEO와 임직원에게 인기가 높다.
대구·경북의 르네상스를 주도하는 창조경제 움직임은 산업단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대구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은 인문학 강좌를 전국 산업단지 가운데 처음으로 시작해 2년째 이어오고 있다. 홍하상 작가의 ‘이병철과 삼성, 정주영과 현대의 인문학’, 이남훈 작가의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인문학’,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의 ‘마윈과 알리바바의 인문학’, 정해영 작가의 ‘패션과 디자인 역사의 인문학’, 박재열 경북대 교수의 ‘예술과 인문학’ 등 제목만 들어도 구미가 당기는 수준 높은 강의가 성서 산업단지 한가운데서 이어지고 있다.

[대구·경북 창조경제 르네상스] 산단에 문화의 향기가…2년째 수준높은 인문학 강좌
처음 50명 선에 불과하던 참가자가 요즘은 100~150명까지 늘었다. 삭막한 산업단지에 인문학 운동의 불을 지핀 이는 박성환 공단 부이사장(61·사진). 대구시 문화예술과장 등을 지내면서 평소 문화와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박 부이사장은 2013년 부임 이후 인문학 강좌를 기획했다. 5차단지까지 확장되면서 3000개 업체, 5만9000여명의 근로자가 연간 내수와 수출 등 18조원을 생산하며 대구 지역내총생산(GRDP)의 45%를 생산하는 단지지만 산업단지 근로자가 근무를 마치고 시내나 대학에서 강의를 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박 부이사장은 산업단지 내에서 인문학 강좌를 열어 중소기업의 혁신 마인드와 학습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고자 강좌를 시작했다.

강의 수준이 높고 기획도 워낙 탄탄해 소문이 대구·경북 전역에 퍼지면서 산업단지 이외 지역에서도 청강생이 생겨나고 있다. 성서산업단지에 있는 금복주의 박홍구 부사장은 회사 임원은 물론 직원에게도 적극적으로 인문학 강좌를 권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이병철 정주영 잡스 등 시대를 풍미한 경영인은 그들 나름의 비범함이 있었고 그것을 배움으로써 기업 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병진 삼일 사장은 “중소기업이 한 번 강의에 수백만원이 드는 강사를 초청하는 것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데 공단에서 이런 좋은 강의를 해줘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듣고 있다”며 “기술로만 기업을 경영해왔지만 이제는 기술 하나로는 경영할 수 없는 시대가 왔음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