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한국경제 DB)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한국경제 DB)
이달 25일 서울과 부산 시내면세점 운영 특허 신청이 마감된다. 두 곳의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가 만료되는 롯데면세점이 특허 연장에 성공할지 관심이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11~12월 면허가 만료되는 재입찰 대상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면세점, SK네트웍스, 신세계에 더해 두산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부산에서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의 경우 이날 내부 회의를 거쳐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입찰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올 7월 신규 면세점 입찰전에 참가했던 현대백화점그룹, 이랜드그룹, 호텔신라, 한화갤러리아 등은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막판에 다른 대기업이 참전하지 않으면 연말 면세점 대전에는 4개 대기업이 경쟁하게 된다.

7월보다 표면적인 경쟁률은 낮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기존 사업자들이 명운을 걸고 있는 만큼 의미는 크다.

롯데는 경영권 분쟁으로 불거진 '반(反)롯데' 정서를 넘어 소공점과 롯데월드점 두 곳을 모두 지켜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35년간 면세점 사업을 운영해 국내 업계의 최강자로 버티고 있지만 일본기업 논란 등이 빚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곳이라도 면허를 받지 못하면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호텔롯데 상장 시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평가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은 호텔롯데 매출의 83.7%를 차지했다. 이에 명운을 걸고 '수성'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기관 국정감사에서 면세점 사업에 대해 강한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신 회장은 "면세점은 롯데가 삼성전자와 같이 세계 1위에 올라설 수 있는 사업"이라며 "(면세사업과 관련해) 특혜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는 워커힐면세점 지키기에 집중할 전망이다. 현재 워커힐면세점은 리뉴얼에 들어가 재승인을 준비 중이다.

'다크호스'는 동대문 상권의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두산그룹이다. 두산은 두산타워(두타)에 면세점을 유치하겠다며 동대문패션타운 관광특구 협의회,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운영하는 서울디자인재단과 잇따라 업무협약을 맺고 명분 쌓기에 나섰다.

두산은 특허가 끝나는 서울 면세점 3곳 중 어디에 입찰에 나설 지에 대해선 함구한 상태다.

두산 측은 "16년간 두산타워를 운영하며 쌓은 유통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며 "동대문 상인과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경제 및 지역발전 기여 방안 등에 대해 폭넓게 검토하면서 사업 전략을 세우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면세업계에서는 두산과 신세계의 입찰 가능성을 고려하면 롯데면세점의 월드타워점 재입찰전이 가장 경합이 치열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면세 사업은 다른 유통업과는 달리 상품을 사입(직접 구매)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며 "기존 장기 운영자의 노하우와 공로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7월 신규 입찰과는 달리 표면적인 경쟁률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면세점 특허는 과거에는 10년마다 자동 갱신됐으나 2013년 관세법 개정으로 5년마다 특허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체계로 바뀌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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