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겨운 일이다.”(로라 데이비스)

미국과 유럽 간 여자 프로골프 대항전 솔하임컵의 ‘컨시드(일명 오케이) 사건’을 둘러싼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럽팀 멤버로 12차례나 활약한 로라 데이비스(영국)의 입에서 ‘역겨운(disgusted)’이란 표현까지 나왔다. 사건 당사자인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비판”이라는 입장이다.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사건은 지난 20일 앨리슨 리(오른쪽)가 브리타니 린시컴과 한 팀을 이뤄 페테르센, 찰리 헐(잉글랜드) 팀을 상대로 포볼(2명 한 팀이 각자의 공으로 경기) 매치플레이 게임을 벌이던 중 불거졌다. 17번홀 버디 퍼팅에 실패한 앨리슨 리가 홀컵 50㎝ 부근에 멈춰선 볼을 집어들자 페테르센이 ‘컨시드를 주지 않았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

앨리슨 리는 “상대팀 선수가 모두 등을 보인 채 그린을 빠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컨시드를 받은 것이라 여겼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앨리슨 리는 벌타를 받아 그 홀에서 패했다. 16번홀까지 무승부를 이어온 미국팀은 결국 18번홀까지 내주면서 팀 패배를 당했다. 앨리슨 리는 억울함과 자책감에 펑펑 울고 말았다.

‘룰은 지켰어도 룰의 정신을 망각한 행동’이라며 격분한 미국팀은 똘똘 뭉쳤다. 마지막날 1 대 1 매치플레이에서 유럽팀을 8승1무1패로 압도해 6 대 10으로 패색이 짙던 승부를 14.5 대 13.5로 뒤집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앨리슨 리도 매치플레이에서 승리해 승점을 보탰다.

‘극적 완성도’가 높아진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뒷말이 무성하다. 2007년과 2009년 미국팀으로 참여했던 니콜 카스트레일은 “당시 상황에 충분히 개입해 해결할 수 있었던 유럽팀의 카린 코크와 안니카 소렌스탐이 더 문제”라며 비난의 화살을 주장과 부주장에게까지 돌렸다. 미국 PGA투어 메이저 2승을 올린 잭 존슨(미국)도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일은 스포츠의 수치”라고 비판했다.

페테르센은 “룰을 지켰으니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그는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다시 그 상황이 온다 해도 그대로 할 것이다. 나는 여전히 그녀가 그 퍼팅에 성공하는지 보고 싶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