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27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오는 11월27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인간이 되기를 꿈꿨던 괴물이 다시 돌아온다. 지난해 초연돼 뮤지컬계 최고 화제작이자 흥행작으로 꼽힌 ‘프랑켄슈타인’이 오는 11월27일부터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프랑켄슈타인의 기획·제작을 총괄하는 김희철 충무아트홀 본부장은 21일 “지난해 초연보다 약 20억원 많은 6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다”며 “공연 기간도 지난해 두 달에서 이번에는 석 달로 늘렸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초연에는 제작비를 조달하기가 벅찼지만 올해는 투자가 기대 이상으로 몰리고 있어서다. 그는 “초연에서 작품성과 흥행성이 검증된 덕분”이라며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의 성원도 이어지고 있어 초연 못지않은 흥행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충무아트홀이 지난해 개관 10주년을 맞아 제작한 이 작품은 김 본부장이 기획·제작하고 왕용범(대본·연출), 이성준(작곡·음악감독) 콤비가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관객의 뜨거운 호응 속에 89회 공연에 8만여명을 동원했고 10억원대 이익을 남겼다. 창작 뮤지컬 사상 최고의 흥행 성적이다.

김 본부장은 “‘창작 뮤지컬’이란 꼬리표를 뗀 것이 가장 큰 흥행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뮤지컬 ‘명성황후’나 ‘영웅’처럼 한국적인 소재로 흥행하는 작품도 있지만, 그는 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소재나 인물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3000억원 규모의 한국 뮤지컬시장에 안주하기에는 시장이 좁다고 판단해서다. 원작료를 절약하기 위해 원작자가 사망한 지 70년이 지나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로운 작품을 추려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기획한 작품이 프랑켄슈타인과 내년 하반기 개막을 준비 중인 뮤지컬 ‘벤허’다.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출간된 영국 천재 여성작가 메리 셸리의 동명 소설, 벤허는 1880년 미국 작가 루 월러스가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프랑켄슈타인은 원작의 기본 골격은 가져오되 이야기는 더 극적으로 변형해 창작의 나래를 펼쳤다. 주연 배우들이 1인 2역을 소화하도록 해 인간에서 괴물로 변해가는 인물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그렸다. 2009년 기획에 들어간 프랑켄슈타인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무려 5년이 걸렸다.

김 본부장은 “창작뮤지컬은 투자비 회수가 급한 경우가 많아 ‘반짝 제작’에 몰두한다”며 “충무아트홀은 콘텐츠 제작 외에도 공연장 대관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제작 과정을 거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재연에서는 초연 멤버인 괴물 역의 박은태 한지상,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의 유준상이 같은 배역으로 돌아온다. 배우 박건형 등이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새 멤버로 합류한다. 김 본부장은 “지난 공연에선 인간은 신이 될 수 없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여운을 남기는 것에 그쳤지만 이번 공연에선 좀 더 확실히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라며 “새로운 엔딩곡도 추가했다”고 귀띔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